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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한국의 그린 패러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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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세계의 창] 존 페퍼ㅣ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한국은 매우 푸르른 곳이다. 나는 제주도의 아열대 느낌을 즐겼다. 여러 국립공원에서 하이킹을 하고 유기농 농장을 방문했다. 차로 꽉 찬 서울에서도 청계천을 따라 걷고, 북한산 국녕사에 올랐다.

한국은 정부 정책의 핵심에 그린뉴딜을 두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국은 녹색기후기금과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의 본거지이며, 환경단체는 강력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리 친환경적이지 않다. 2020년 한국은 세계에서 9번째 규모의 탄소 배출국이 됐다. 또 세계 9번째 에너지 소비국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에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2%로 최하위다. 한국은 또 전세계적으로 화석연료를 촉진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 최근까지 동남아시아의 석탄 화력발전소에 자금을 지원했다.

어떤 면에서 한국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한국 정부는 올해 국외 석탄 화력발전소에 더 이상 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는 또 지난달 글래스고 기후회의를 앞두고 2050년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고 약속했다. 2025년까지 태양광·풍력 설비를 두 배 이상 늘리겠다는 약속도 했다.

어느 정도까지는 이 모든 게 좋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환경 관련 약속을 잘 지킨 기록이 없다. 이명박 정부는 녹색성장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환경보호를 이루려 했으나 잘 작동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그린뉴딜도 그 전의 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늘날 많은 유럽 국가는 탄소 배출과 성장을 분리하는 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1995년 이후 덴마크가 경제를 성장시키고 배출량을 상당히 줄이는 데 성공한 것은 사실이다. 덴마크는 거의 모든 전기를 재생가능 에너지에서 얻는다. 그러나 모든 탄소 집약적 소싱(원료 공급)과 생산을 가난한 국가에 외주를 줬다. 기후 친화적 국가의 외주 전략은 ‘깨끗한’과 ‘더러운’ 사이의 글로벌 분열을 위협한다.

따라서 한국은 재생가능 에너지에 대한 약속을 과감하게 높여야 할 뿐 아니라 세계 화석연료 경제에서 한국의 역할을 재평가해야 한다. 한국은 더 이상 국외 석탄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지는 않지만, 글래스고에서 2022년 말까지 모든 국외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공적자금 지원을 끝내기로 합의한 20개국에 동참하지 않았다.

한국은 국내 에너지 상황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는 울산의 에스케이(SK)에너지 단지와 아람코-한진 합작프로젝트, 여수의 지에스(GS)칼텍스 정유공장 등 세계적 정유공장 3개가 있다. 또 세계 7대 석탄 화력발전소 중 3개가 한국에 있다. 이러한 시설들은 한국 사회에서 강력한 로비 세력을 만들어 에너지 인프라의 변화를 매우 어렵게 만들었다.

수년 동안 한국은 석유와 가스를 대체하기 위해 원자력에 투자했다. 원자력은 현재 한국 전력의 약 4분의 1을 공급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탈원전 정책을 갖고 출마했지만 이후 탄소 배출을 줄이고 경제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원자력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원자력은 탄소중립적이지 않다. 원자력발전소는 건설, 운영, 사용후핵연료 운송, 해체 등 전체 수명 주기를 고려할 때, 태양광 패널보다 3~4배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원자력발전소는 풍력이나 태양열 같은 재생가능 에너지원보다 건설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든다.

가까운 장래에 한국 경제의 성격과 경제성장의 역할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이것은 과열된 미래 세계에서 가장 잃을 것이 많은 젊은 세대의 과제가 될 것이다. 이 세대는 ‘모든 희생을 감수하고 성장’이라는 앞세대의 관점에 크게 신세 진 게 없다. 그래서 더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한국은 이 젊은이들이 정치적 운전석에 앉도록 허용할까? 이 젊은 세대는 한국을 근본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 나이 든 지도자를 선호하는 유교적 편견을 극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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