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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아웅산 수치 첫 선고 D-1… '여론전' 올인하는 미얀마 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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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선고 전 참전용사·승려 다독이기 '올인'
한국일보

1일 미얀마 군부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오른쪽 두 번째) 최고사령관이 수도 네피도에서 한 고위 승려에서 포상장을 수여하고 있다. 이라와디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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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쿠데타 군부가 현지 민주진영의 정신적 지주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형사재판 1심 첫 선고를 앞두고 여론전에 '올인'하고 있다. 중형 선고 시 민심이 크게 동요할 수 있는 만큼, 군부의 '우군'을 사전에 최대한 만들어 두겠다는 전략이다.

5일 이라와디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군부 수장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최근 한 참전용사 모임에 참석해 "미얀마군은 조국을 지키는, 여전히 가장 믿을 만한 조직"이라며 예비역 군인들에게 변함없는 지지를 호소했다. 이에 앞서 흘라잉 사령관은 지난 1일 불교(미얀마 국교) 조직의 고위 승려들을 초대, 거금을 기부하고 성대한 포상식을 열기도 했다. 포상식에서 그는 "군사정권이 전국의 불자들에게 큰 복을 가져다주고 있다"며 연신 종교계에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도 알려졌다. 공개행사장에선 가급적 연설을 피해 왔던 흘라잉 사령관이 자신의 원칙을 깨면서까지 적극적으로 여론전에 나선 셈이다.

흘라잉 사령관의 부인도 '수치 고문 고립시키기' 작전에 동참했다. 실제로 흘라잉의 부인인 도 뀨 흘라는 최근 군무원의 부인들을 대거 소집해 '미얀마 재앙 극복 기도회'를 개최했다. 수치 고문이 이끌던 민주주의 민족동맹(NLD)과 현 국민통합정부(NUG)가 자국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으며, 따라서 그들이 사라지도록 기도해야만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는 취지였다. '사령관 부인 전면 등장'에 군부 언론들도 일제히 같은 논리의 논설을 쏟아냈다. "수치 고문이 만든 NLD와 NUG 관계자들은 '테러리스트'에 불과한 폭력집단일 뿐"이라는 동어반복 주장이었다.

군부는 특히, 6일 열리는 수치 고문의 1심 첫 선고 공판과 관련된 비방전에 혈안이 돼 있다. 당초 지난달 30일이었던 판결을 일주일 미루게 된 원인이었던 그의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를 상세히 언론이 흘리는 수법으로 흠집내기에 나선 것이다. 수치 고문이 문민정부 재임 시절, NLD 재정장관을 통해 헬리콥터를 구매하는 과정에 금융 신고 등 규정을 지키지 않는 등 위법 행위를 이어갔다고 관영 매체들은 보도하고 있다.

군부는 국내 정치뿐 아니라, 국제 외교 무대에서도 반전을 노리고 있다. 반군부 성향이 짙은 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의장국 브루나이를 건너뛰고, 내년도 의장국인 캄보디아에 접근하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 미얀마 군정 외교장관은 6, 7일 캄보디아로 건너가 훈센 총리를 면담할 예정이다. 38년째 독재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훈센 총리도 전날 "미얀마 군정 외교장관과 아무 전제 조건 없이 대화를 나누겠다"며 "내가 직접 미얀마를 방문할 준비를 조만간 마칠 생각"이라고 화답한 상태다.
한국일보

훈센 캄보디아 총리의 모습.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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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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