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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단독]“천안함 유족도 반겼는데”…대전현충원 달력 제작 멈춘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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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현충원 달력 보며 나라사랑하는 마음 가져"



“국립대전현충원 달력은 단순한 날짜 확인용 도구가 아니다. 달력에 담긴 사진을 보며 현충원을 자주 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고 추모하는 마음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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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전현충원 민원실에 걸려있는 올해 11월 달력. 이 달력은 대전현충원이 해마다 만들어왔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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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우 천안함 유족회장은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해마다 12월 대전현충원에서 유족 총회를 한 뒤 이듬해 사용할 달력을 받아오곤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회장은 “대전현충원 벽걸이용 달력은 글자나 사진이 커서 보기 편한 데다 현충원 곳곳의 다양한 풍경을 담아 유족들 사이에도 꽤 인기가 있었다”며 “하지만 내년부터 달력을 만들지 않는다고 하니 조금 허전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현충원 풍경 담아 보훈 가족에 인기



대전현충원(대전시 유성구 갑동)이 내년부터 달력을 제작하지 않기로 하자 유가족 등이 아쉬워하고 있다. 대전현충원은 2010년부터 12년간 해마다 달력을 만들었다. 2000~3000만원을 들여 한해에 4000~8000부를 찍었다. 달력은 탁상용과 벽걸이용 등 2가지 형태로 제작됐다. 이 가운데 벽걸이용 달력에는 현충원 둘레길, 숲, 연못 등 현충원 곳곳의 4계절 모습과 여러 묘역 사진 등을 두루 담았다. 현충원에서 자체적으로 찍은 사진이나 사진 공모전에 참가한 전문 작가 작품도 선보였다. 달력에는 ‘이달의 현충인물’도 선정해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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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전현충원 민원실에 걸려있는 올해 12월 달력.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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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현충원 측은 이 달력을 대전현충원 민원실 등에서 무료 배포했다. 일부 유가족에게는 집으로 배송하기도 했다. 민원실에 비치한 달력은 금세 동났다. 매년 11월 하순이 되면 현충원에는 달력을 찾는 전화가 잇달았다.



현충원 "국가보훈처와 중복 제작해서 안 만들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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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국립대전현충원 보훈 둘레길을 걷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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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22년 달력은 구경할 수 없게 됐다. 대전현충원측은 벽걸이용과 탁상용 달력을 모두 만들지 않기로 했다. 이에 대해 대전현충원 관계자는 “국가보훈처와 달력을 중복으로 제작한다는 지적이 나와 내년부터 달력을 아예 만들지 않기로 자체 결정했다”며 “보훈 가족이 원한다면 국가보훈처 달력을 구해다 배포하겠다”고 설명했다. 대전현충원 측은 “2018년부터 달력 제작 규모를 줄여왔다”며 “예산 부족 등의 문제는 아니고, 국가보훈처와도 관련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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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훈처가 만든 달력. [사진 국립대전현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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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이달의 독립운동가, 6.25전쟁영웅 등을 테마로 탁상용과 벽걸이용 달력을 만들어왔다”며 “하지만 갈수록 달력 제작 규모를 축소하는 추세이며, 내년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보훈 가족 "나라사랑 정신까지 들게 하는 달력"



이에 대해 연평도 포격전에서 희생된 서정우 하사의 어머니 김오복(61) 여사는 “매년 현충원에서 달력을 집으로 보내줬다”며 “대전현충원 분위기가 물씬 나는 상징적인 달력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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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전현충원 메타세쿼이아길에서 시민들이 우산을 쓰고 지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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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전현충원을 찾는 보훈 가족은 달력을 구하러 민원실 등에 들렀다가 헛걸음을 하고 있다. 대전현충원에서 만난 한 유가족은 “대전현충원 민원실에 달력을 얻으러 갔다가 제작 중단 소식을 접했다”며 “대전현충원 달력은 나라 사랑하는 마음마저 들게 하는 기록물이나 마찬가지였다”고 아쉬워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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