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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현대車·현대重·한국GM 줄줄이… ‘강성노조’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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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기업 노사갈등 비상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한국GM에 강성으로 분류되는 민노총 소속 노조 집행부가 들어선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원자재값 상승으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 대표 기업들이 노사 갈등 우려에 비상이 걸렸다. 재계 관계자는 “이들 기업은 전기차 전환이나 대우조선해양 인수 같은 큰 변화기를 맞고 있다”면서 “직원 처우와 고용 등 잠재적인 불안 요인이 적지 않아 향후 노사가 강경 대치하는 상황을 빚을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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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군산지회 조합원들이 지난 2018년 2월 14일 오전 한국GM 전북 군산공장에서 집회를 열고 공장 폐쇄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연합뉴스


◇강성 후보들 잇따라 당선

3일 현대중공업 노조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24대 위원장 선거에서 강성으로 분류되는 정병천 후보가 52.7%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013년 이후 5회 연속 강경파가 집권하고 있다. 특히 정병천 당선인은 2019년 노조 조직쟁의실장으로 현대중공업 분할에 반대하며 주주총회장 점거를 이끈 인물이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기본급 인상과 사무직 성과급 폐지, 정년 연장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현대중공업은 아직 올해 임금 협상을 끝내지 못한 상태에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현 노조 집행부는 올해 임협과 관련한 파업권을 이미 획득한 상태다. 정 당선인도 “끊임없이 투쟁할 수 있는 노조를 만들겠다”며 험난한 임협을 예고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에야 2019~2020년도 임단협을 2년 만에 한꺼번에 타결했다. 노조는 이 과정에서 17년 만에 크레인 점거에 나서며 전면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2년 치 임단협을 타결한 지 5개월 만에 파업이 재현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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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치러진 현대차 노조위원장 선거에선 강성 후보 2명이 결선투표에 올랐다. 가장 강경한 것으로 알려진 안현호 후보가 득표율 34.3%로 1위, 역시 강경파인 권오일 후보가 32.9%로 2위를 차지했다. 실리파로 분류되는 이상수 현 노조위원장은 재선에 도전했지만 1차 투표에서 탈락했다. 최종 투표는 7일 치러진다.

안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노사 협조주의 청산, 강력한 민주노조”를 구호로 내걸고 정년 연장, 경영 이익 30% 성과급 지급, 4차 산업혁명 고용 대책 마련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2위 권오일 후보는 정년 연장, 전기차 핵심 부품 내부 생산, 노동 시간 단축, 해고자 복직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지난달 말 시작된 한국GM의 차기 노조위원장 선거에서도 강성 후보 2명(김준오, 민기)이 결선에 올라 8일 최종 투표를 치른다. 이들은 전기차·신차 한국 배정,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을 공통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장기 불황, 고용불안에 강성 계파에 힘 실려

민노총 내에서도 강성 계파가 주요 사업장에 집권하는 것은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제조업 현장에서 처우에 대한 불만과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이 극심한 불황에 빠졌던 2015~2016년과 2018년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강성 노조의 활동 폭이 더욱 커졌고, 대우조선해양과 합병 후 추가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가 높아 강성파 지지가 늘고 있다. 자동차업계도 ‘전기차 대전환’이라는 격변기를 맞아 고용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또 코로나 확산과 반도체 부족 사태로 감산이 지속되면서 임금이 동결되거나 성과급 규모가 축소돼 왔다.

노조원들이 강경파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대선 정국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김철희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관계지원팀장은 “현 정부 탄생에는 민노총의 역할이 컸지만 현재 양당 후보와 민노총은 인연이 없는 편”이라면서 “민노총이 힘을 과시해 새 정부와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집권 초 투쟁 강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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