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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한국 철학의 기본 정신과 줄기는 하나의 큰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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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유승무·박수호·신종화/한울아카데미/5만4000원


마음사회학/유승무·박수호·신종화/한울아카데미/5만4000원

“마음이 여기에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고 먹어도 맛을 알지 못한다(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 食而不知其味).”

공자는 ‘대학’의 ‘정심장편’에서 인간의 주체로서 마음을 중시하면서 바른 마음(正心) 및 정성스러운 뜻(誠意)을 이같이 강조했다. 맹자 역시 “학문의 도리는 다른 것이 아니라 흩어지는 마음을 찾아들이는 것뿐(學文之道 無他 求其放心而已矣)”이라고 거들었다.

불교를 태동시킨 석가모니 부처 역시 마음이야말로 중요하다며 제자 아난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고, ‘능엄경’은 적고 있다.

“마음이 어디에 있느냐.”

아난은 마음의 거처에 대해 몸속, 몸밖, 신경의 뿌리 등 일곱 가지 대답을 내놓았지만, 석가모니는 아난의 답을 분석적으로 논박한 뒤 마음은 특정한 실체로 규정되지 않는 그 무엇이라고 설명했다. 즉, 마음은 실체로 규정할 수 없다는 것이야말로 유일한 규정이라는 것이다.

2000년 이상 불교 및 유교의 영향을 깊이 받아온 한국인들에게 ‘마음’은 문화적 전통이나 무의식을 좌우해온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즉 핵심적인 개념이었고, 실천 수행의 요체였으며, 정서적 맥락의 근간을 형성해왔다. 그리하여 마음은 한국 철학사를 관통하는 기본 정신이었다고, 한자경은 2008년 저서 ‘한국철학의 맥’에서 분석했다.

“나는 한국철학의 기본 정신을 하나의 큰마음, 한마음, 일심(一心)으로 이해하며, 바로 이것이 한국철학의 기본 줄기를 형성한다고 생각한다… 이 무한의 하나를 유한한 개별자들 바깥의 실재가 아닌 유한한 개별자 내면의 무한, 상대적 개체들 내면의 절대로 이해하는 것, 즉 절대의 무한을 개별 생명체의 핵인 마음으로 파악하는 것이 바로 한국철학의 기본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연기적인 마음 혹은 관계론적 마음의 개념은 근대화 이후 서구 근대의 이성이나 의식 개념의 영향으로 밀려나면서 단순한 심리현상으로 폄하되거나 아예 학문적 관심에서 배제되고 말았다.

책 ‘마음사회학’은 바로 서구의 이성이나 의식 등의 개념에 의해 밀려나고 찌그러져버린 동아시아의 마음 개념을 복원, 한국 사회 연구에 화두로 도입하기 위한 학문적인 시도이다. 제1부는 마음의 개념과 기원, 역사적 전개 등 이론적 논의를, 2부는 원효의 화쟁일심, 함허당 득통의 타심과의 합심, 이황의 심학, 이익의 약자와의 합심 등 한국적 합심의 사상적 뿌리를, 3부에서는 민심의 동원과 무연현상 등 한국적 합심 문화의 현주소를 차례로 분석한다. 논의가 다소 학술적이라는 점에서 대중성은 떨어질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의미 있는 시도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김용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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