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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황량한 좀비타운 됐다"…'집단감염' 실버타운 재택치료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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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 상황실에서 관계자가 재택치료 대상자들에게 보급되는 '건강관리세트' 키트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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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타운이 '좀비타운' 같아졌어요.” 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A 실버타운 주민의 하소연이다. 이곳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확진이 발생하면서 주민들은 혼란에 빠졌다. A 실버타운에 거주하는 주민 B씨(66)는 “집단 확진이 발생하면서 재택치료로 알아서 격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주민 간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고 있다”며 “도시락 등 음식을 받을 때만 줄 서서 기다리고 외출을 아무도 안 하다 보니 아파트가 '좀비 타운'이 된 것처럼 황량해졌다”고 말했다.

지난 2일 기준 A 실버타운에서 66명의 주민이 무더기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재택치료의 사각지대가 드러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재택치료 방침’에 따라 집에서 치료해야 하는 상황에서 평균 76세의 주민들이 모여 사는 A 실버타운은 걱정에 빠졌다. 실버타운의 특성상 홀로 사는 고령의 1인 가구가 많아 재택치료가 어렵고, 부부가 함께 사는 경우 배우자에게 코로나19를 전파하는 사례가 발생해서다.

이곳은 첫 확진자가 지난달 19~20일 단지 내 공용 목욕탕을 이용한 뒤, 코로나19가 주민들 사이에 퍼진 것으로 파악됐다. 목욕탕에 다녀간 228명의 주민은 능동감시자가 됐고, 이 가운데 60명 넘는 주민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재택치료 방침에 집에 머물지만…“사실상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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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 재택치료 방침’은 확진자가 70세 미만이고, 확진 증상이 무증상·경증인 경우다. 하지만 이 실버타운에선 해당 가이드라인이 정확하게 적용되지 않았다. 이곳의 주민들은 70세 이상이라 하더라도 병원으로 옮겨지는 사례가 드물었다고 한다. 실버타운에서 홀로 지내는 일부 노인은 거동이 불편한데도 재택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A 실버타운 주민들이 “사실상 방치”라는 지적을 쏟아내는 이유다.



재택치료하다 배우자까지 확진…“80세 이웃도 약없이 버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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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5266명 발생한 2일 오전 서울의 한 아파트에 송파구청 코로나19 재택치료 전담팀 직원이 문앞에 놓은 건강관리 키트. 확진자가 늘면서 신규 재택 치료자가 처음으로 1000명을 넘어섰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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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B씨는 첫 확진자와 동선이 겹쳤고, 지난달 23일 코로나19에 확진돼 재택치료를 시작했다. 배우자와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집 안 동선도 최대한 겹치지 않게끔 했고 화장실도 2개를 각자 사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얼마 후 B씨의 부인까지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화장실 따로 쓰기는 물론 모든 방법을 다 썼지만 결국 아내까지 확진돼 각자 알아서 본인의 몸을 챙겨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확진이 되자 보건소에서 근처 병원을 연결해줘 담당 의사가 전화로 증상을 물어보는 게 전부였다”며 “재택치료를 하라는 게 같이 사는 사람도 확진되라는 소리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B씨는 이웃의 소식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나보다 더 나이 많은 80세 이웃 어르신은 지난달 26일 확진 판정을 받은 뒤에 혼자 약도 없이 며칠을 버티다가 간신히 일산 국군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들었다”며 “실버타운은 재택치료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환경인데 참 답답하다”고 했다.



재택치료로 격리 제때 안 이뤄져 확진 쉬쉬하기도



기저질환자나 중증 환자가 발생하면 관리사무소 측에서 나서 병상을 알아보고 있지만, 확보는 쉽지 않다. 병상 부족으로 주거지에서 먼 곳으로 병원이 배정되는 경우엔 주민들이 이동을 꺼리기도 한다. A 실버타운 관리사무소 복지팀 관계자는 “중증의 경우 병상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연계하고 있지만, 인근 병원의 병동이 부족해 좀 더 먼 지역의 병원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면 고령의 주민들이 많다 보니 이를 부담스러워해 가지 않겠다는 경우도 있었다”며 "지금 실버타운 내 집단 확진이 발생하는 중이고 최대한 방역 등에 신경을 쓴다지만 주민들이 낙인 등을 이유로 제대로 신고를 안 하는 경우도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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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와 서울대병원분회, 의료연대본부 관계자들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규탄 및 공공의료 확충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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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재택치료 권장방침에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병상 확보 노력과 의료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면서 단체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참여연대·불평등끝장넷·무상의료운동본부 등은 2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택치료는 사실상 ‘자택대기’이기 때문에 치료가 아닌 방치”라며 “병상이 남지 않아 입원 대기자가 많은 현실을 은폐하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연수 기자 choi.yeonsu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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