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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영을 어찌할까 [2030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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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 후보가 1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를 마친 뒤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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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진행된 김영삼 전 대통령의 6주기 추모식에서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아무래도 전직 대통령인지라 그의 추모식은 늘 많은 정치인으로 붐빈다. 그런데 올해는 대선을 앞두고 유력 주자들이 모두 참석하면서 더 많은 사람이 운집했다. 말 그대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주차장을 가득 채우다 못 해 진입로 옆으로 도열해 있는 검은 세단들 사이를 걸어가는 데 큼직한 외제 차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딱 봐도 아파트 한 채 값은 돼보이는 롤스로이스 승용차였다. 어느 정신 나간 정치인이 눈치 없이 이런 차를 타나 생각했던 것도 잠시, 그 차에서 내린 인물을 보고 황당함 섞인 웃음이 터져 나왔다. 바로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였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건 지금부터다. 사실 그는 초대받지 못한 인물이었다. 주최 측이 초대한 대선 주자는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안철수, 김동연까지였다. 대선 주자를 위한 좌석도 그들 것만 마련되어 있었다. 그런데 허경영은 어디서 의자를 구해 와서는 김동연 후보 옆에 놓은 뒤 착석했다. 주최 측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급기야 그는 대선 주자들이 헌화하는 순간에도, 자신은 호명되지 않았음에도, 자발적으로 걸어 나가 그 틈바구니에서 함께 헌화했다. 그 장면을 바라보며 누군가는 혀를 찼고, 또 다른 누군가는 실소했다.

허경영이 정상적인 정치인이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기상천외한 공약은 차치하고서라도,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약혼설을 퍼뜨리고 공중부양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등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거듭해 왔다. 으리으리한 하늘궁에서 치료를 해준답시고 여성들의 신체를 만지는 모습은 마치 사이비 교주를 연상케 했다.

그런데 그런 허경영이 요즘 심상치 않다.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이 많다"는 그의 발언은 거의 진리가 되었고, 인터넷에는 그의 선거사무소에서 무차별적으로 걸어대는 스팸 전화를 받았다는 인증샷이 끊이지 않는다. 분명 2007년 대선 때와는 다른 분위기다. 실제로 그는 24일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심상정·안철수 후보를 제치고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허경영은 한국 정치의 '기행종'이었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그를 철저히 무시해 왔다. 상대방의 공약을 비난할 때는 "허경영이냐"는 말이 일종의 관용어처럼 쓰였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사람들은 허경영의 비현실적 언행을 비웃는 정치인들을 향해 묻는다. "당신들의 메시지는 허경영보다 나을 것이 뭐냐"고 말이다. 대중성이 지지율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전제했을 때, 기성 정당의 후보들이 허경영보다 못한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건 예의 주시해야 할 부분이다. 그들이 그만큼 보편적인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허경영만도 못하다는 소리다.

진심으로 허경영을 대통령감으로 생각해 그에게 표를 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의 지지율은 기성 정치에 대한 냉소로 채워져 있는 까닭에서다. 어차피 모두 마음에 안 드니 차라리 웃기기라도 한 허경영을 찍겠다는 생각이다. 그런 정서가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그를 3위로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그건 그가 선방했다기보단 그만큼 우리 정치가 망가졌다는 뜻이었다.
한국일보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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