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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헌재 "만취 여성 차에 태워 강제 키스 50대 불기소는 잘못…감금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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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해 길거리에 앉은 여성 차에 태우고 못 내리게 해

검찰 "유형력 행사 없었다" 불기소→헌재 "감금 충분히 인정돼"

뉴스1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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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검찰이 만취 여성을 차에 태운 후 내리지 못하게 한 50대 남성을 감금죄로 기소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A씨가 "피의자 B씨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결정을 내렸다고 3일 밝혔다.

50대 후반 남성 B씨는 2020년 9월 대구에 있는 한 식당 앞 길거리에 만취해 쭈그려 앉아있던 20대 여성 A씨를 발견하고 자신이 운행하던 차량을 정차한 뒤 A씨를 부축해 차량 조수석에 태웠다.

당시 근처에 있던 한 남성은 "흰색차량이 만취여성을 태워가는 것을 봤다"는 내용으로 112 신고를 했다.

B씨는 이후 약 1㎞ 가량 차를 운행다가 정신을 차린 A씨가 차에서 내리려고 하자 상체를 눌러 앉혀 나가지 못하게 했다. B씨는 차량을 정차시킨 후 A씨의 얼굴을 잡고 강제로 입을 맞췄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그러나 이후 검찰은 "B씨가 A씨를 차량에 탑승시킬 때 물리적인 강제력 행사가 없었다"며 감금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면서 B씨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했고, A씨는 불기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B씨는 차량을 도로에 정차하고 한참동안 A씨를 지켜보다가 A씨가 쭈그려 앉자 차에서 내려 A씨의 뒤에서 양 겨드랑이에 양 손을 넣어 일으켜 세워 차량으로 데리고 갔다"며 "A씨는 차량으로 가는 동안 몸이 뒤로 넘어가 있는 등 의식을 잃은 것으로 보이고 B씨는 차밖으로 나와있는 A씨의 다리를 들어 차 안으로 넣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사실을 종합하면 B씨는 A씨의 동의를 얻지 않고 그 의사에 반해 차량에 탑승시킨 것이 인정되고, 이는 감금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며 "검찰이 물리적인 강제력 행사가 없었다는 이유를 들어 감금죄의 성립을 부정한 것은,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구속하는 수단과 방법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는 감금죄의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A씨를 귀가시키기 위해 동의하에 차량에 태웠고, A씨가 말해 준 쪽으로 운행했다"는 B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A씨는 만취해 탑승 동의 여부를 말하기 어려운 상태였고, B씨는 A씨의 집과 정반대 방향으로 가다가 경찰에 검거됐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헌재는 "A씨의 귀가를 도우려고 했다고 변명하며 감금의 고의를 부정하는 피의자의 진술은 사건 전후 정황에 부합하지 않아 믿기 어렵다"면서 "검찰이 B씨를 불기소 처분한 것은 A씨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헌재 관계자는 "감금의 수단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고 반드시 물리적인 강제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므로, 만취한 사람을 그 의사에 반해 차량에 탑승시켜 운행한 행위도 감금죄를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감금죄의 법리에 입각해 볼 때, 이 사건 수사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실관계만으로도 피의자의 감금 혐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피청구인의 불기소처분을 취소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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