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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윤석열-이준석 갈등, 보수 신·구주류 세력의 ‘파워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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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극단적인 ‘내분’ 본질은

尹 입당부터 경선 내내 ‘불협화음’

선대위 구성서 폭발 초유의 사태

정치신인·30대 대표 변수로 등장

세력간 권력분담 없인 봉합 난망

헤럴드경제

이준석(오른쪽) 국민의힘 대표가 당무를 놓고 지방행을 하기 전인 지난달 25일 윤석열(가운데)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함께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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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불과 3개월여 앞두고 국민의힘이 격렬한 내분상태에 돌입했다. 살얼음판을 걷는 듯 하던 윤석열 대선후보와 이준석 대표 사이 갈등이 끝내 폭발하면서 급기야 초유의 당대표 잠적 사태까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의힘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의 본질은 주도권을 둘러싼 ‘세력 간 파워게임’이라고 정의한다. 단순히 선대위 인선 차원의 문제를 넘어서서, 향후 지방선거 공천권까지도 가시권에 둔 주도권 싸움이라는 의미다. 갈등의 주체 역시 윤석열, 이준석 두 사람에 국한되지 않는다. 때문에 추후 초유의 ‘당대표 잠적사태’가 일단락되더라도 ‘주류 vs 신(新)주류’ 사이 충돌은 대선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3일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최근 일련의 자중지란에 대한 우려와 함께 “터질게 터졌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태다. 윤 후보와 이 대표 사이 앙금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가 다시 떠오르기를 반복했을 뿐 해결된 적 없다는 지적이다.

이는 갈등이 두 사람 개인의 문제가 아닌 세력 간 알력다툼에 기반을 뒀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올해 본격적으로 당내 헤게모니를 쥐기 시작한 ‘신주류’의, 윤 후보는 본인이 정치신인임에도 다선중진 의원들이 측근으로 포진하며 ‘기존 주류’의 상징이 됐다. 당 관계자의 표현을 빌자면 ‘둘이 술을 밤새 퍼마시고 앙금을 푼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닌’ 셈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이번 갈등은 단순히 선대위 인선이나, 이준석 패싱이 문제가 아니다”며 “윤석열그룹과 이준석그룹간의 파워게임이기 때문에 역할 분담과 이후의 공천권 등 권력행사에 대한 딜(거래) 없이는 봉합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둘 사이에 불씨가 튀기 시작한 것은 지난 7월 윤 후보의 입당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 후보는 당시 이 대표와 입당일자까지 8월2일로 합의했으나, 이보다 3일 앞선 7월30일 이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가 서울을 비운 사이 전격 입당했다. ‘이준석 패싱’이란 말이 처음 나온 순간이었다.

이후 양측은 당내 경선 과정에서 TV토론 횟수와 방식, 경선룰을 둘러싼 신경전 등에서 사사건건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윤 후보측이 당 공식행사에 연일 불참하는가 하면, 이 대표가 원희룡 전 제주지사에게 ‘윤 후보는 곧 정리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이야기, 캠프 관계자가 원 전 지사에게도 보이콧을 요구했다는 이야기 등이 나오며 분위기는 갈수록 험악해졌다.

이 대표는 윤 후보 주변의 인사들을 ‘하이에나’로 규정하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고, 윤 후보 캠프 인사들은 이 대표가 자신과 가까운 유승민 전 의원을 도우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했다. 10차례 진행된 본경선 토론조차 “토론에 약한 윤 후보를 죽이기 위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아슬아슬하게 금이 가있던 관계는 지난 5일 후보 선출 이후 본격적인 파열음이 나기 시작했다. 지리한 신경전 끝에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총괄 선거대책위원장’ 선임은 불발됐고, 김 전 위원장과 이 대표가 주장한 ‘슬림한 실무형 선대위’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 후보는 기존 캠프를 확대한 ‘통합형 선대위’ 구상을 밀어붙였고, 당 사무총장을 자신의 측근인 권성동 의원으로 교체하는데 성공했다. 윤 후보측 인사들은 ‘당무우선권’을 수차례 강조했다. 윤 후보가 전권을 행사하도록 이 대표가 2선으로 빠져야 한다는 의미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이 특정 언론을 통해 이 대표와 김 전 위원장에 공격적인 언사를 퍼붓는 일도 반복됐다. 이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은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지만 윤 후보는 ‘윤핵관’의 발언에 대해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윤핵관’의 정체로는 장성민 전 의원이 거론되는가 하면, 한 때 윤 후보의 측근인 권성동, 장제원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이후에도 이 대표가 반대한 이수정 경기대 교수가 공동 선대위원장에 선임되는가 하면, 선대위 요직에 윤 후보 캠프 출신 인사가 앉는 일이 반복되며 ‘이준석 패싱 논란’에 정점을 찍은 끝에 2016년 ‘김무성 옥새파동’을 연상시키는 당대표 잠적 사태가 발생했다.

사실 ‘미래권력 태동기’에 내부 권력다툼은 필연이다.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세력과 새롭게 권력을 잡으려는 진영이 부딪치며 자연스럽게 주류세력 교체가 일어난다. 갈등의 크기와 내외부 등 표출 방향에서 차이가 있을 뿐 역대 정부, 여야를 막론한 대부분의 정당이 그렇다. 특히, 통상 정당의 경우 대선후보가 선출되면 후보가 중심이 된다.

다만, 이번 대선의 경우 갈등 양상은 다소 특이하다. 윤 후보가 정치신인이라는 점, 이 대표가 ‘세대교체·정치교체’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선출된 헌정사 최초의 30대 당대표라는 점 등이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 여기에 지난해 4월 총선 당시 국민의힘이 참패하며 당내 대부분의 ‘계파’가 와해된 점 역시 영향을 미쳤다.

특히, 국민의힘 내부의 권력 흐름을 살펴보면, 올해 들어 국민의힘은 새로 떠오른 신주류가 당내 헤게모니를 쥔 상태였다.

시작은 올해 4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의 오세훈 시장 선출이다. 이 대표가 선거운동을 도왔던 오세훈 시장은 다선중진 의원들이 힘을 실었던 나경원 후보를 제치며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됐다. 중진의원들은 오 시장의 후보 선출 이후에도 단일화 대상이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힘을 실었다. 결과적으로 오 시장은 단일화 경선에서도, 재보궐 본선에서도 승리했다.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비주류’로 꼽혔던 김기현 원내대표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당시 ‘빅2’로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던 권성동 의원은 예상 외로 3위에 그쳤다. 현재는 윤 후보의 최측근이자 핵심으로 떠오른 상태지만 말이다. 지난 6월 전당대회에서는 ‘돌풍’을 일으키며 이준석 대표가 선출됐다. 경험과 경륜을 앞세운 나경원, 주호영 후보를 물리친 결과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을 두고 ‘기존 주류 세력에게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다’고 평했다. 세 번 연속 신주류에 패한 기존 주류로서는 윤 후보에게 사활을 걸었기 때문에 충돌 양상이 더욱 격렬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양측의 갈등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과거 친이, 친박계 갈등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 원장은 “기존에 당내서 기득권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이준석이라는 조그마한 돌이 굴러왔으니 얼마나 위기의식을 느끼겠나. 반대로 이준석 입장에서도 밖에서 온 윤석열이라는 돌이 기존 주류와 함께 당을 점령해버린 셈이니 기가 막힐 것”이라며 “대선이 끝이 아니고 이후 지방선거 공천권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갈등은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윤희 기자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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