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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신간] 2030 극한 경제 시나리오 | ‘초고령·디지털·불평등화’ 대격변 생존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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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리차드 데이비스 지음/ 고기탁 옮김/ 부키/ 2만2000원


코로나19 사태는 전 인류에 큰 경종을 울렸다. 이와 같은 ‘극한 상황’이 언제 어디서든 벌어질 수 있으며, 우리의 경제와 삶은 생각보다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게 이 책이 내세우는 주장이다. 런던정경대와 브리스톨대 경제학 교수인 저자는 위기에 미리 대비해 회복탄력성을 키우지 않는다면 더 큰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그가 극한 상황에 대비하는 방식은 사뭇 기이하다. ‘극한에 대비하려면 극한에서 배우는 것이 가장 좋다’는 판단 아래 4대륙 9개국 16만㎞를 가로지르는 ‘극한 경제 여행’을 떠난다. 최선의 성공을 거둔 3곳(아체, 자타리, 루이지애나), 최악의 실패를 겪은 3곳(다리엔, 킨샤사, 글래스고), 최첨단의 미래를 달리는 3곳(아키타, 탈린, 산티아고)이 목적지다. 그는 길거리와 시장, 집과 일터를 누비는 여정 속에서 500명이 넘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속 깊은 이야기를 듣는다.

인도네시아 아체, 요르단 자타리 난민수용소, 미국 루이지애나 주립 교도소는 자연재해, 전쟁, 감금이라는 비극을 딛고 일어서 극한의 생존을 이뤄냈다. 중앙아메리카 다리엔, 콩고 킨샤사, 영국 글래스고는 천혜의 자연과 전략적 요지, 풍요로운 천연자원, 최고의 혁신과 발전에도 극한의 실패를 겪었다. 일본 아키타, 에스토니아 탈린, 칠레 산티아고에서는 인구, 과학 기술, 부의 문제에서 조만간 전 세계가 맞닥뜨릴 극한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곳들이 살아남아 회복하고 성장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반대로 최고의 조건을 갖춘 곳들이 참담한 실패와 몰락을 겪는 이유는? 임박한 미래를 선도하는 곳들은 어떤 충격과 도전에 직면하며 어떻게 대응할까. 생생하고 감동적인 일상의 풍경과 현장의 목소리, 풍성하고 날카로운 연구 데이터와 역사를 오가는 여정 속에서 저자는 앞으로 몇십 년간 세상을 규정할 극한 시나리오와 거기에 맞설 생존 지도를 또렷이 그려낸다.

저자가 향후 10년간 전 세계에 닥칠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는 것은 고령화, 디지털화, 불평등화다. 이 추세가 갈수록 심화되면서 불러올 극한 경제는 자유시장 경제 대 계획 경제, 공식 경제 대 비공식 경제, 전통 대 현대, 물질적 자본 대 인적·사회적 자본, 도시 대 시골, 개인 대 공동체, 인간 대 로봇, 노인 대 청년, 부자 대 빈자 등으로 대변되는 갈등과 분열을 더욱 증폭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코로나19 이후 예상치 못한 또 다른 위기와 대격변이 찾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든다면 저자가 제시하는 생존 전략에 귀 기울여볼 만하다.

[류지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6호 (2021.12.01~2021.12.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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