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의 변심이 시작된 건 지난달부터다. 지난달 1일부터 지난 1일까지 개인은 3조4243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매도가 매수를 앞섰다. 기관도 ‘팔자’에 가세하며 증시의 하방 압력을 더했다. 이 기간 기관은 1조2940억원어치의 주식을 던졌다.
개인과 기관이 떠난 자리를 채운 건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같은 기간 4조6632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2일에도 외국인은 홀로 매수세를 이어갔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9133억원, 46억원을 순매도했지만, 외국인이 8869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코스피를 끌어올렸다. 외국인의 매수세에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57% 오른 2945.27에 거래를 마쳤다.
한 달간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돌아온 외국인이 쏠린 분야는 반도체다. 지난달부터 이달 1일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1조2990억원, 1조116억원어치씩 사들였다. 같은 기간 외국인 총 순매수액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셀 반도체’에 여념 없던 외국인이 ‘바이 반도체’로 돌아선 것이다.
외국인의 반도체 러브콜이 재개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급등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일 6만9900원에서 2일 7만5800원으로 8.4% 상승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도 10만6500원에서 12만원에 거래를 마치며 12.7% 올랐다. 외국인이 ‘바이 반도체’에 나선 건 반도체 업황 전망이 다소 나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반도체 D램 가격이 꾸준히 하락해 내년 2분기까지도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4분기 현재 반도체 가격이 하락 사이클에 진입했지만, 북미 4대 데이터센터업체가 메모리 반도체 주문량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며 “델과 HP 등 글로벌 PC 업체의 반도체 주문량도 7개월 만에 증가하고 있어 내년 1분기면 D램 가격의 바닥 형성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의 쇼핑 목록에는 반도체만 있는 건 아니다. 지난달 1일부터 1일까지 카카오(4543억원)와 삼성SDI(4056억원) 등 시가총액 10위권 안 대형주도 담고 있다. 엔터·게임 업종에도 관심을 보이며 크래프톤(순매수 3위)과 카카오게임즈(6위), 하이브(10위), 엔씨소프트(11위) 등도 사들였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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