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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준석 "날 모욕하고 있어…내가 '홍보비 해먹으려 한다'고 한 사람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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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국민의힘 대선 지휘부의 내부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준석 대표가 사흘째 지역을 돌며 '당무 사보타주'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후보는 "이제 리프레시(재충전) 했으면 정권교체를 위해 함께 가야 한다"고 이 대표를 간접 압박했다. 당 원로들은 윤 후보 면전에서 '이준석·김종인을 포용하라'고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했다.

윤 후보는 2일 당 상임고문단과 오찬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신경식 전 헌정회장은 "김종인 씨와 이준석 대표 두 사람 때문에 우리 당이 여러 가지로 상처를 입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윤 후보가 이 두 분을 끌어안고 같이 나가지 못할 때는 마치 포용력이 없는, 그저 법대로 검찰에서 법을 휘두르던 그런 성격을 가지고 정치를 하려고 한다(는 평가를 받아서), 잃어버리는 표가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전 회장은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께서 (대선)후보가 되셨을 때, 민정계 대표로 있던 박태준 의원이 김영삼 후보 지지에서 발을 빼고 고향으로 내려가 버렸다. 그때 바쁜 시기인데 김영삼 후보가 모든 것을 떨치고 새벽 차로 거기를 내려갔다. (박태준 의원은) 벌써 온다는 것을 알고 다른 데로 가버렸지만, (YS는) 그 조그마한 한옥집에 가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앉아 있다가 그래도 안 오니까 다시 서울로 왔다. 그 후에 '박태준 의원 본가 마루에 앉아 있는 YS 모습'이라고 보도되고 하니까 YS에 반감을 가졌던 민정계 사람들도 이후로 방향을 서서히 바꿔서 YS 지지에 모두 동참했다"는 과거 일을 언급했다.

신 전 회장은 이어 "지금 김종인·이준석 두 분에 대해서 여론을 보면 '후보보다 더 많이 언론을 탄다', '왜 거기에 시간을 뺏기느냐', '과감하게 밀고 나가라'는 얘기가 많다"며 "그러나 우리는 한 발 더 내다보고, 아무리 불쾌하고 불편하더라도 꾹 참고 당장 오늘밤이라도 이 대표가 묵고 있는 바닷가를 찾아가 '같이하자'고 해서 서울로 끌고 올라오면 아마 내일부터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신 전 회장은 "바다가 모든 개울물을 끌어안듯, 윤 후보께서는 마음에 들든 안 들든, 싫든 좋든 전부 내 편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전 회장의 발언 도중 일부 원로들은 "뭘 찾아가느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반발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윤 후보는 신 전 회장의 발언을 말없이 경청했다. 오찬 후 기자들이 '원로들과 무슨 얘기를 나눴느냐'고 묻자 윤 후보는 "비공개로 해 주신 얘기를 공개하면 안 되지 않느냐"고 하고 웃기만 했다.

윤 후보는 이후 스타트업 기업 간담회 일정을 소화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와의 갈등 해결을 위해 어떻게 노력할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오찬 중에 (이 대표가) 제주도로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오늘 저녁에 예정된 일정이 있으니 그것을 마무리하고 좀 한 번…(생각하겠다)"고만 했다.

윤 후보는 이어 이 대표를 겨냥해 "이제 어느 정도 본인도 리프레시를 했으면 함께 정권교체를 위해서 서로 다른 생각이 있더라도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이 문제를 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저도 무리하게 압박하듯이 할 생각은 사실 없었다"면서 "제가 경선을 함께 했던 분들에 대해서도 '빠른 시일 내에 원팀을 구성해야 된다'고 했지만 본인들이 마음의 정리를 할 때까지 순리대로 풀어가기 위해서 많이 기다렸고, 전화도 드리고 여러 방식을 통해서 소통하려고 노력했다. (이 대표 문제도) 그런 것과 같은 차원"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이날 윤 후보와 국민의힘 상임고문단의 오찬이 열린 여의도 63빌딩 중식당에는 예기치 않은 인물이 등장했다. 신 전 회장이 모두발언에서 언급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나타난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여기는 어떤 일로 오셨나'라는 질문을 받고 "개인 약속"이라고만 했다. 김 전 위원장 방을 찾아가 인사를 하고 온 윤 후보는 "고등학교 동창 친구분과 둘이 식사하고 계시더라"며 "통상적인 덕담만 하고 나왔다"고 했다.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 방에 머문 시간은 약 1분이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저녁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만날 예정이라고 원 전 지사가 이날 대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밝혔다. 원 전 지사는 현재 당 선대위 정책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다. 윤 후보는 같은날 저녁 경선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과 만찬 회동을 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윤석열측 '부글부글' vs. 이준석 "'윤핵관' 인사조치 있어야"

앞서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으로 예정돼 있던 중앙선대위 2차 회의를 취소했다. 당연직 상임선대위원장인 이 대표가 불참한 가운데 선대위 회의를 강행하는 것이 지나친 '강대강' 충돌로 보이는 상황을 일단 윤 후보 측에서 회피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에서 일부 공동선대위원장단 추가 인선이 발표될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회의가 열리지 않으면서 위원장단 대신 본부장급 이하 인사만 서면으로 발표됐다. 후보 직속 전략자문위원회 위원장에 윤재옥 의원, 위원에 배현진·유의동·염태영·최형두 의원과 정유섭 전 의원, 공보특보단장에 호남 출신 김경진 전 국민의당 의원을 임명하는 등의 내용이었다. 홍준표 의원과 가까운 배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과 가까운 유 의원이 전략자문위 구성에 포함된 것이 눈길을 끌었다.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은 후보 특별고문으로 위촉됐다.

그러나 윤 후보 측은 이 대표의 행보에 대해 불쾌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특히 '6일 선대위 출범식을 연기할 수 없다'며 선을 긋는 분위기가 눈에 띄었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은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만약 이 대표가 6일 선대위 발대식에 참석을 안 해도 예정대로 가느냐'는 질문을 받자 "그 부분에 있어서 제가 명확하게 대답을 드리기보다 역시 협의를 해봐야 될 일"이라면서도 "기본적으로 선대위 구성을 무한정 늦출 수는 없다. 그래서 서로 노력해 가면서 일정에 맞추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상임위원장은 "대통령 선거에서 대표가 빠진다는 것은 곤란하다. 당 대표가 당의 제일 큰 현안에서 빠진다는 게 보기가 그렇지 않느냐"며 "개념도 그렇고, 그래서 적극적으로 선거에 같이 뛰어줘야 된다"고 간접적으로 이 대표를 비판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같은 질문을 받고 "당연히 예정대로 치러야죠"라고 즉답을 했다. 김 최고위원은 다만 '이 대표가 복귀를 안 하면 이 대표 없이 치러지나'라는 재질문에는 "그 문제를 미리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불필요하고, 그 전에 오시리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 대표와의 접촉에 대해 "옆에서 하기 좋은 말로 '빨리 찾아가지 뭐 하냐', 또는 '전화해서 사정을 해 보지 뭐하냐'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이 문제 해결의 방법이 아닐 가능성이 더 크다"며 "그렇게 해서 해결될 것 같으면 이만큼 오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의 복귀까지 시간이 걸릴 거라고 보느냐'는 물음에 "그럴 수도 있겠다"고도 했다.

김 최고위원은 "덜커덕 만난다고 해서 해결이 되느냐"며 "여러 가지 전제 조건이 되는 분위기를 먼저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 대표가) 당무를 거부하고 있다든가 사퇴한다는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서 과장되게 나왔는데, 사퇴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은 확인이 됐지 않느냐. 그러면 그 다음 단계의 문제이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은 훨씬 줄어든 것"이라고 했다.

초선인 박수영 의원도 YTN 라디오에 나와 "(이 대표의 입장도) 이해는 가는 부분이 있다. 선대위 구성이 이대로 가서는 선거를 이기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본인의 의사표시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선거는 어차피 후보 '원톱'으로 가는 것이다. 이 대표도 후보 중심 체제에 동의하고 원래 룰대로 돌아가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그렇다면 여기까지"라는 글을 SNS에 남긴 이후 공개 일정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 부산을 방문해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이성권 부산시 정무특보를 만나고, 이달 1일 부산 사상구의 장제원 국회의원 사무실을 방문한 데 이어 전남 순천에서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을 만났다. 이후 여수를 거쳐 이날에는 선박편으로 제주도를 방문했다.

이 대표는 이날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핵심 관계자'발(發)로 언급되는 저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들이 지금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제가 뭘 요구하기 위해서 이렇게 하고 있다고 보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모욕적인 인식"이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 등이 현지발로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대표는 "윤 후보가 '윤핵관(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에게 어떤 적절한 조치를 했는지 하나하나 발언하는 것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후보가 배석한 자리에서 '이준석이 홍보비를 해먹으려고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인사가 누군지 후보가 아실 것이다. 모르신다면 계속 가고, 아신다면 인사 조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6일 선대위 발대식 참석 여부에 대해서는 "발족은 월요일(11월 29일)에 했다"며 불참을 시사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언행이 돌발적이라는 비판이 있는 데 대해 "제 역할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지금 저는 계획된 대로 행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선대위 운영에 대해서는 제 영역 외에는 다른 큰 관심사가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선대위에서 상임선대위원장·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직을 겸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와 관련해 "선대위 직책을 내려놓을 생각이 전혀 없다"면서 "'원톱'은 김병준 상임위원장이고, 오히려 그분의 일사불란한 지휘 체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가 홍보에 국한된 제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행보가 '당무 거부'로 불리는 데 대해 "실소를 금하기 어렵다"며 "후보가 선출된 이후에 저는 당무를 한 적이 없다. 후보 의중에 따라 사무총장 등이 교체된 이후 제 기억에 딱 한 건 이외의 보고를 받아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윤 후보를 노골적으로 겨냥했다. "당무 공백이 발생했다는 인식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현재 당무 공백은 없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을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윤 후보와 그 측근들이 자신을 당 대표로 대접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전날 이 대표를 만난 천 위원장도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전화 인터뷰에서 "이 대표는 정말로 (대선 승리에 대한) 위기감을 크게 가지고 있다"며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이 위기감이 해결되지 않는 한 서울로 빈손으로 쉽사리 올라갈 생각은 없어 보였다"고 전했다. 

프레시안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2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의 한 음식점에서 상임고문단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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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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