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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초유의 현직 당대표 징계

이런 당대표 없었다…"이준석-윤석열, 차차기vs현주자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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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선거대책위원회 인재 영입 및 운영 관련해 윤석열 대선 후보측과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1일 국회 국민의힘 사무실 복도에 붙여진 이 대표와 윤 후보의 포스터가 보이고 있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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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표가 대선 후보와 갈등 때문에 지방으로 가버린 건 처음 보는 것 같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선 후보와 갈등으로 모든 일정을 보이콧하고 부산으로 떠나자 국민의힘 한 관계자가 한 말이다. 대선 후보가 선출되면 모든 당무의 우선권을 후보가 갖는데, 당대표가 너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토로였다. 당 내엔 이번 갈등 폭발이 정권교체 가능성을 줄일까 노심초사하는 위기감이 역력하다.

당대표와 대선 후보가 충돌한 초유의 사태. 그 배경을 그동안의 대선에선 쉽게 볼 수 없는 당내 권력 구도에서 찾는 분석이 있다. 과거 대선을 보면 대선 후보는 당내 정치적 지분이나 인지도 면에서 당대표에 비해 월등히 앞섰다. 이 때문에 당대표는 직접 정치적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주로 대선 관리를 했다. 2007년 대선 때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2012년 대선 때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등이 그랬다. 이들과 대선 후보의 크고 작은 갈등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극단으로 치닫는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이 대표는 과거 관리형 대표와는 결이 다르다. 20·30세대 지지의 바람을 타고 당선된 그는 젊은 층에겐 소위 ‘스타 정치인’이다. 청년에게 외면받던 국민의힘 지지층 구성에서도 변화를 만들어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이 대표가 지난 6월 취임하고 한 달 만에 당원이 약 2만3000명 늘었는데 이 중 20·30세대가 8500여명이었다. 확실한 세대적 지지 기반을 갖고 있는 셈이다. 청년 표심에 관한 지분 때문에 당내에선 “의심할 여지 없는 차차기 대선 주자”라는 평가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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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월 22일 노태우 전 대통령이 김영삼 민주당 총재(왼쪽), 김종필 공화당 총재(오른쪽)와 청와대에서 긴급 3자회동을 갖고 3당 합당을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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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를 봐도 ‘힘 있는’ 당대표가 당내 실권자에게 반기를 들며 승부수를 던진 사례가 꽤 된다. 1990년 김영삼(YS) 민주자유당 대표 최고위원의 마산행이 대표적인 사례다. YS는 노태우, 김종필과 함께 서명한 ‘내각제 합의 각서’가 공개되자 “민정계(노태우계)의 정치공작”이라며 당무 집행을 거부하고 고향 마산으로 갔다.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것이다. ‘의심할 여지 없는 차기 대선 주자’이자 PK(부산·경남)라는 확실한 지역적 기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부산으로 떠난 ‘차차기 주자’ 이 대표도 국민의힘 게시판에선 비판받고 있지만, 에프엠코리아(펨코) 등 청년들이 많이 사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지지를 받고 있다.

청년 표심이 캐스팅 보트(결정적 표)로 떠오르는 이번 대선 구도도 이 대표에게 힘이 되고 있다. 청년 표심을 얻기 위해선 이 대표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국민의힘엔 있다. 윤 후보가 이 대표에게 선대위의 ‘얼굴’인 홍보미디어본부장을 맡긴 건 이 때문이다. 경선 때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대선 후보가 되면) 이 대표를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청년층 지지로 이 대표의 입지가 과거 대표들보다 탄탄해진 반면 윤 후보의 당내 위상은 과거 후보들과 비교해면 단단한 편이 아니다. 2007년 대선에서 당선된 이명박 후보의 경우 보수당 당적으로 두 번의 국회의원과 한 번의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2012년 대선 땐 보수당의 정신적 구심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아버지로 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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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일 오전 장제원 의원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 당원협의회 사무실을 방문하고 있다. 이준석 대표 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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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윤 후보는 대선을 겨우 8개월 앞두고 국민의힘에 입당한 신입 당원이다. 정치 경험도 전무하다.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윤 후보에 대해 “우리 후보는 기본적으로 검찰공무원으로 계속 근무해 정치를 잘 모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 검찰에서 일하며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한 전력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후보가 당내 확실한 장악력이 없다보니 이 대표가 더 목소리를 키우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현 대선 주자와 차차기 주자의 대결 아니겠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사상 초유의 격한 충돌엔 이런 구조적 요인 뿐만 아니라 이 대표 특유의 캐릭터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갈등 상황에서 갈등을 봉합하기보다는 정면 돌파로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주곤 했던 '이준석 스타일' 역시 원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경선 과정에서 이 대표와 원희룡 전 지사의 녹취록 공방이 대표적이다. 원 전 지사가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가 통화에서 ‘윤석열 곧 정리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발표하자, 이 대표는 녹취록을 공개하며 정면 대응을 했다. 갈등을 조율하는 데 노력했던 그간 당대표들의 모습과는 다른 대응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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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상임선거대책위원장(왼쪽)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윤석열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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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MZ 세대인 이 대표는 정치를 대하는 태도에서 기성 정치인과 차이가 있다. ‘자기 정치’를 새로운 정치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 오래 정치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보고, 윤 후보가 대선에서 떨어져도 자신은 살아남는 방법을 찾고 있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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