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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이어 순천 나타난 이준석…윤석열 “이 대표, 리프레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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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30일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휴대전화를 꺼두는 등 선대위 활동을 전면 보이콧했다. 당은 술렁였고, 그 진의를 놓고 온갖 해석이 난무했다. ‘잠적설’까지 나왔다. 그랬던 이 대표는 1일 언제 그랬느냐는 듯 부산과 전남 순천에서 사실상의 공개 행보를 했다. 이날 오후 근황을 묻는 중앙일보에 “이보다 더 잘 있을 수는 없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당내에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종잡을 수 없는 행보로 윤석열 대선후보 측을 압박하는 것 같다”(3선 의원)는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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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일 충남 아산시 한국폴리텍대학에서 3D 프린터 시연을 지켜본 후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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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쯤 부산시 사상구의 장제원 의원 사무실을 찾아 당직자들과 ‘인증샷’을 찍었다. 사진에는 홍보 벽보 속의 장 의원 얼굴이 또렷이 담겼다. 대표실은 “당원 증감 추이 등 지역 현안과 관련해 대화를 나눴다”고 공지했다.

예고에 없던 방문 사실이 알려지자 장 의원은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복수의 당 인사들에 따르면 이 대표는 “사무실에 잘 들렀다가 돌아간다”는 취지로 말했고, 통화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당의 부산 지역 의원은 총 14명이다. 이 대표가 유독 장 의원 사무실을 찾아간 것을 두고 당내 해석이 분분한데, “의도성이 다분하다”는 반응이 많다. 앞서 후보 비서실장으로 거론됐던 장 의원은 자신의 거취가 논란이 되자 지난달 23일 “윤 후보 곁을 떠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장 의원이 여전히 선대위의 ‘막후 실세’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는 지난달 30일에는 이 대표에 대해 “후보 앞에서 영역 싸움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당 관계자는 “윤 후보 선출 뒤 청년 책임당원들의 탈당 문제 때문에 소란스러웠는데, 굳이 당 대표실이 ‘당원 증감 추이를 논의했다’고 콕 집어 공지한 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관계가 껄끄러운 장 의원의 사무실을 이 대표가 일부러 찾아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는 뜻이다.

전날 부산에 도착한 이 대표는 오후 7시 해운대 인근에서 이성권 부산시 정무특보와 저녁 식사를 같이했다. 또 오후 9시엔 정의화 전 국회의장을 30분가량 만났다. 정 전 의장은 통화에서 “이 대표가 대선과 당에 대해 여러 고민을 하는 것 같았다”며 “내분으로 비치지 않도록 후보 중심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1일 오후 이 대표의 모습은 전남 순천에서 포착됐다. 김철근 대표 정무실장, 김용태 최고위원도 함께였다. 이 대표는 지역 당협위원장인 천하람 변호사와 만났는데, 한 제과점에 있는 모습이 지역 언론에 보도됐다.

이 대표가 호남으로 간 것을 두고도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호남 표심을 겨냥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대표 패싱 논란’을 의식한 행보라는 말도 있었다. 지난 7월 30일 윤 후보는 이 대표가 지역 일정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입당해 패싱 논란이 일었는데, 당시 이 대표는 순천에서 소상공인과 간담회를 하고 있었다. 윤 후보의 ‘기습 입당’ 논란을 상기시키려고 순천을 찾았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날 순천 방문 후 오후 5시쯤엔 여수에 있는 한 카페에도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의 돌출 행동을 놓고 당 일각에선 “계산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야권 인사는 “이 대표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기 전부터 주변에 선대위 상황에 대한 불만을 여러 차례 얘기했다”며 “윤 후보 측이 선대위 운영 개선 등의 액션을 취하길 기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패싱 논란으로 궁지에 몰린 이 대표가 존재감을 과시한다는 해석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2030 세대의 지지가 무기인 이 대표가 잠행을 통해 언론의 주목을 받고,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면서 영향력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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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투명해진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영입 불씨를 살리기 위한 초강수라는 견해도 있다. 김 전 위원장은 3일 정 전 의장이 주관하는 토크쇼에 참석하는데, 당에선 이날을 김 전 위원장이 합류할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보는 이가 많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는 여전히 김 전 위원장을 영입해야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의 나 홀로 행보가 길어질수록 당과 윤 후보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는 당내 우려도 적지 않다. 한 중진 의원은 “후보에게 집중돼야 할 관심을 대표가 가로채는 형국인데,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라며 “이른 시일 내로 상경해야 충격을 추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돌발 행보에 대해 윤 후보 측도 적잖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윤 후보 측 한 인사는 “윤 후보가 주연배우인데, 조연인 이 대표가 신스틸러가 된 형국”이라며 “대선 D-100일을 맞아 2박3일에 걸친 충청 지역 훑기를 공들여 기획했는데, 이 대표의 당무 거부 사태에 다 묻혀버렸다”고 했다. 영화 용어인 신스틸러는 주연보다 더 주목받는 조연배우를 일컫는 말이다.

윤 후보는 갈등이 더 확대되지 않기를 바라는 듯했다. 윤 후보는 오전 천안 일정을 소화하던 중엔 기자들에게 “이 대표가 휴대전화를 꺼놓고 있기에 무리하게 연락하진 않겠다. 당무에 복귀하게 되면…”이라고 하더니, 오후 들어선 다시 “이 대표가 리프레시하러 부산에 간 것 같다. 당무 거부는 아니라고 들었다”고 부연했다. 윤 후보 측 인사는 “윤 후보가 ‘이 대표가 서울에 올라오면 따로 술 한잔 하면서 오해를 풀겠다. 술 때문에 일어난 일은 술로 푸는 게 맞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야당이 난리 통인 사이 윤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지지율 역전을 당했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이날 채널A-리서치앤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후보 지지율은 35.5%, 윤 후보 지지율은 34.6%로 0.9%포인트 격차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등 참고).

손국희 기자, 부산=김기정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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