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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美 공시 8초만에 한국어로…”투자업계의 구글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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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봇’ 개발 황규종 대표

조선일보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황규종 웨이커 대표가 AI 기자 서학개미봇이 작성한 조선닷컴 기사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서학개미봇으로 전문가와 일반 투자자의 해외 주식 정보 격차를 좁힐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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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뱅커와 애널리스트도 매일 아침마다 미국 증시 등락, 경제지표, 실적, 배당 같은 것을 정리하는 데 몇 시간이 걸립니다. 꼭 필요한 자료이긴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런 것도 굳이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인가 싶었죠.” 조선일보 서학개미봇을 개발한 AI(인공지능) 스타트업 웨이커의 황규종(30) 대표는 지난 26일 본지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으로 노동 집약적인 증권가 업무를 혁신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학개미봇은 미국 증시에서 공시가 뜨면 8초 만에 한국어로 요약해 조선닷컴에서 보여준다.

지난달 9일 서비스를 시작한 서학개미봇은 전문용어와 숫자로 가득 차 암호문처럼 보이는 미국 기업 공시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한국어로 기사를 작성하는 일종의 AI 기자다. 예컨대 전기차 업체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가 주식을 팔았다는 공시가 나오면, 데이터를 추출해 한국어 기사로 송출하는 식이다. 황 대표는 “미 증시에 상장된 611개 종목 기사를 밤새 400개까지 쏟아낸다”며 “최근에는 머스크가 주식을 대거 매도했다는 소식을 주요 외신보다 빨리 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지난해 첫 창업에 나선 새내기 창업가다. 2018년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증권에서 프라이빗뱅커(PB·고액 자산가 전담 자산관리사)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퇴근 후에도 투자할 기업이나 산업을 발굴하기 위해 밤새 인터넷에서 리포트를 찾아서 읽고 정리해야 했다. 그는 “증권사마다 있는 블룸버그의 투자 정보 단말기도 전 세계 직원 수만 명이 일일이 손으로 정보를 입력해 넣는다”며 “이런 비효율을 기술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지난 1월 군 복무 시절 알게 된 이들과 합심해 웨이커를 창업했다. 황 대표는 “국군지휘통신사령부에서 군 복무를 했는데, 친하게 지내던 옆 중대장이 카카오 개발자여서 CTO(최고기술책임자)로 모셔왔고 다른 임원도 군대에서 만났다”고 했다.

황 대표는 “서학개미봇은 계속 똑똑해지고 있다”고 했다. 개발 당시에는 ‘누가 주식을 얼마큼 팔았다’ 정도의 한 줄 메시지만 만드는 정도였는데, 초년생 기자를 가르치듯이 AI를 계속 학습을 시켜 독자가 요구하는 정보를 상세히 제공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3% 이상·이하 급등락으로만 보여주던 주가 급등락 기사도 6%, 17% 등 실제 등락률 수치를 표시하도록 업그레이드했다. 주요 주주의 지분 매매를 알리는 기사도 최고경영진(C레벨)의 직책을 정확히 구분해 써주고, 지분 10% 이상을 소유한 핵심 주주면 별도로 적시하도록 했다.

황 대표는 “서학개미봇을 통해 투자자들이 언어와 지식의 장벽을 극복할 수 있도록 기능을 계속 더해갈 것”이라며 “앞으로 투자 정보 업계의 구글과 블룸버그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연말 해외 투자 정보 플랫폼인 웨이커 시범 서비스도 시작한다. 웨이커는 미국뿐 아니라 주요 선진국 13국의 시황과 기업 정보를 분석해주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장형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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