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이슈 종교계 이모저모

[전문]염수정 추기경, 이임 감사미사 강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염수정 추기경이 30일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에서 퇴임했다. 염 추기경은 이날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이임 감사미사 주례를 끝으로 9년 5개월 간의 서울대교구장 생활을 마무리했다.

다음은 염 추기경의 이임 감사미사 강론의 전문이다.

이데일리

염수정 추기경이 30일 봉헌된 이임 감사미사에서 강론하고 있다(사진=천주교 서울대교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모두에게 하느님의 은총과 평화가 항상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먼저 오늘 이 시간을 맞이할 수 있도록 은총을 베풀어주신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이 미사에 함께하여 주시는 교형자매 여러분과 수도자, 성직자, 그리고 교황 대사님과 주교님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지나온 시간을 생각하면 하느님께서 주신 은총이 그저 과분하다는 마음이 솔직한 저의 심정입니다.

정진석 추기경님께서 저의 착좌 미사 축사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서울대교구는 이제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관심과 주목을 받는 교구이므로 새 교구장선출에 대한 기대는 전 국민에게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가톨릭교회만이 아니라 온 국민의 영적 지도자로서 국민의 기대가 크다”고 하셨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당신의 이임 미사에서 서울대교구장은 정말 성령께서 선택하신다는 것을 새롭게 깨달았다고 하셨습니다.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새 교구장님은 하느님의 성령께서 우리 교회를 위해 선택하셨고 성령께서 우리에게 파견해주셨습니다.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님께도 한마음 한뜻으로 서울대교구의 모든 하느님 백성이 함께해주시기를 빕니다.

참 시간이 빠릅니다.

저에게 성실한 사목자가 되라고 당부하신 것이 마치 어제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여러 가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너무 부족함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이렇게 제 임기를 마칠 수 있는 것은 하느님의 은총과 형제 사제들, 수도자들, 신자들의 협조와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난 1970년 12월 8일에 사제품을 받았고, 2001년 12월 1일에 주교 임명을 받았습니다.

사제로 51년을, 주교로 20년을 살아왔고, 9년 반은 교구장이라는 부족한 제게는 너무 버거운 십자가를 지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함께해주셔서 진심으로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 많은 은총을 주시고, 좋은 협조자들을 보내 주셔서 임기를 마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의 은총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교황님이 당부하신 양 냄새나는 착한 목자로서 저의 모든 것을 다 바치려고 했지만 능력이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주님께서 하시는 일을 저는 열심히 돕고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부족했습니다. 다만 정 추기경님께서 “큰 책임감으로 부담도 있지만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기라, 그러면 “야훼 이레”의 하느님께서 모든 것을 마련해 주실 것”이라는 말씀에 큰 위로를 가졌습니다.

저는 저의 착좌 미사 때 “모든 신자가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각자 처한 상황에서 사도직 활동을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아름다움이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선교의 장을 열겠다. 또 아시아 선교와 젊은이, 민족 화해 등을 주요 사목 현안으로 꼽고, 사회를 이끌어 가는 열린 교회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지만 역시 부족했다고 고백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살아온 길을 돌이켜보면 제가 산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이끌어 주시고 밀어주셨다는 것을 고백하게 됩니다.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이 솔직히 저는 저를 도와준 협조자분들이 없었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어려움마다 항상 당신의 천사들을 보내주셨습니다. 천사는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 위한 사명을 지닌 분들이고, 그런 분들이 천사입니다. 이렇게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노력하시고 함께하신 그 천사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그분들의 공로를 꼭 갚아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제가 제 직분을 수행하는 동안 혹시라도 저의 말과 행동 때문에 상처받은 분이 계신다면- 틀림없이 그러한 분들이 있는데- 이 자리를 빌어서 용서를 청합니다.

주님의 자비로운 마음으로 자비를 베풀어주시기를 바랍니다.

우리 교구는 본당 외에도 아주 넓고 많은 사목적인 영역을 갖고 있습니다.

교구청과 각 기관 그리고 각종 사도직에서 일하시는 신부님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또한 일일이 여기에서 언급하지 못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복음을 증거하며 사시는 신자들과 수도자들을 볼 때 깊은 감동을 느낍니다.

어떤 칭찬으로도 모자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원로 사목자로 혹은 특히 병중에서도 자신의 고통을 교구와 이웃을 위하여 하느님께 기도하며 봉헌하여 주시는 신부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신자 여러분들에게 특별히 우리 사제들을 위해 기도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모든 사제들이 사제서품 때의 마음으로 한평생을 살 수 있도록 신자분들이 항상 기도해 주시고 사랑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사제들에게 있어서 여러분의 기도와 사랑은 그 어느 것보다 큰 위로와 힘이 될 것입니다. 저도 교구장직을 떠나도 매 순간을 감사히 여기며 여러분을 위하여 기도하며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는 교구장직을 떠나도 매 순간을 감사히 여기며 우리 한반도의 평화와 우리 교회를 위해 기도하며 지내겠습니다.

오늘까지 건강을 허락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명동을 떠나 혜화동에서도 지금처럼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겠습니다.

부족하지만 저의 작은 정성과 기도가 우리 교회와 교구에 작은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새 교구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님과 하느님을 향해 함께 걷는 여정에 있는 우리 서울대교구 공동체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 우리 사회를 밝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만들어가는 데에 각자의 자리에서 이바지할 수 있는 은총을 청하며 저도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여러분 모두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우리 서울대교구의 주보이신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이데일리

염수정 추기경(사진=천주교 서울대교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