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6 (화)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헤어지자고 했을 뿐인데" 스토킹에 폭행…사랑이, 사람이 무섭다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는 얼굴]①매일 보던 얼굴이 끔찍한 기억으로

이별했다고, 신고했다고…데이트 폭력에 스토킹까지

매년 45명 데이트 폭력 끝에 사망

데이트 폭력 신고, 2016년 9364건→2020년 1만8945건으로 두배↑

전문가들 "대책 마련 좋지만 선제적 조치가 우선"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송승윤 기자] 가치관이 맞지 않아 헤어지자고 한 것뿐이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세상을 다 줄 것 같던 남자친구는 돌변했다. 이별 통보 이후 만남을 거부하자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수차례 협박성 메시지를 보냈다. 연락을 차단했지만 함께 알고 있는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도 끈질기게 연락이 왔다. "내가 어떤 사진을 가지고 있는지 아느냐"는 등 소름끼치는 협박과 함께 입에 담지 못할 욕설까지 서슴지 않았다. 경찰에 신고해볼까도 생각했지만 그 이후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너무 두려웠다. 결국 수개월 동안 그를 어르고 달랜 뒤 부모님까지 나서서야 끔찍한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얼마 전 연인과 이별한 김미소씨(32·가명)의 실제 경험담이다.

심각해지는 ‘데이트 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별을 요구했다가 스토킹이나 협박 등 다른 종류의 피해를 당하거나 이보다 더욱 심각한 범죄로 번지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 중구 소재 오피스텔에서 과거 연인이던 30대 여성을 살해한 피의자 김병찬(35)도 스토킹 범죄 이후 피해자가 자신을 수차례 신고하자 보복 목적으로 그를 찾아가 이런 범행을 저질렀다. 피해자는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고 있었음에도 결국 보호받지 못했다. 김씨는 체포 이후 이뤄진 경찰 조사에서 "A씨를 만나 잘못했던 것을 풀기 위해 찾아갔다. 대화로 풀리지 않으면 살해할 용의가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17일 서울 서초구에선 이별 통보를 받았다는 이유로 아파트 비상계단에서 여자친구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찌르고 19층 아파트 베란다 밖으로 떨어뜨려 숨지게 한 남성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그는 범행 뒤 직접 경찰에 신고해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경찰에 접수된 데이트 폭력 신고는 8만1056건에 이른다. 지난해 한 해에만 2만여건(1만8945건)에 이르는 신고가 접수됐다. 5년 전인 2016년(9364건)보다 2배가량 늘었다. 5년간 227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체포나 감금·협박을 당한 이들도 5260명이었다. 596명은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

10월부터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됐지만 이런 수치에 변화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법이 시행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곳곳에서 허점이 드러났다. 경찰은 신고자와 경찰 간 대화 내용이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게 하는 내용 등이 담긴 신변보호 스마트워치 112신고 접수와 지령 매뉴얼 개선안을 마련키로 했다. 피해자전담경찰관 인력을 늘리고 보복 우려가 높은 피해자에게 민간 경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스마트워치와 인공지능 CCTV 등 신변보호장비도 첨단화시켜 보급을 늘리기로 했다. 스토킹 담당 경찰을 1급지 경찰서에 확대 배치하는 안도 구상 중이다. 아울러 긴급응급조치 불이행죄를 신설해 스토킹 가해자가 접근금지명령 등을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을 하는 방향의 법률 제·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스토킹 범죄 피의자 유치나 구속 등의 내용이 담긴 잠정조치 4호가 현장에선 신속하게 적용되지 않았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도 여러 신고 내용이나 범죄 경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잠정조치 4호 적용을 우선 고려하는 지침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시행착오 이후 개선도 물론 중요하지만 선제적 조치가 우선 순위로 고려돼야 할 것"이라며 "가해자에 대한 강제 조치뿐만 아니라 피해 우려가 있을 경우 경찰이 해당 가정을 방문해 주기적으로 스마트워치 작동 여부 또는 연락망 등을 확인하고, 기술적 지원을 하는 등 좀 더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