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회>
사랑의 열매를 잘 보면 열매는 붉고 열매 줄기는 녹색입니다. 우리나라 야산에서 볼 수 있는 열매 중에서 사랑의 열매처럼 열매가 붉은색인 것은 많지만 줄기가 녹색인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특정 열매를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 아니라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공동모금회 사랑의온도탑 모형. 맨 위에 사랑의 열매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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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비슷하게 생긴 열매는 있습니다. 산림청은 지난 2003년 2월 백당나무를 ‘이달의 나무’로 선정하면서 이 나무의 열매가 ‘사랑의 열매’와 닮았다고 했습니다. “백당나무의 빨간 열매는 이 추운 계절에 우리 주위를 돌아보는 따뜻한 마음과 이웃사랑에 대한 실천의 상징을 닮고 있다”고 한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공동모금회는 몇 년 전 모금회 건물 앞 광장을 리모델링하면서 주변 화단에 백당나무를 심어놓았습니다. 그 이후 가을·겨울이면 이곳에서 빨간 백당나무 열매가 달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백당나무 꽃은 전체 꽃덩이 가장자리에 곤충을 부르는 역할을 하는 무성화가 있고, 안쪽에 실제 꽃가루받이를 해서 열매를 맺는 유성화가 있는 형태입니다. 백당나무를 개량해 유성화를 없애고 무성화만 남겨둔 것이 불두화인데, 이 불두화도 건물 화단에 심어 놓았습니다. 불두화는 무성화만 있어서 당연히 열매가 없습니다.
불두화와 백당나무 꽃 비교. 왼쪽이 불두화, 오른쪽이 백당나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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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당나무 열매도 사랑의 열매와 닮았지만, 산호수·자금우·백량금 삼형제 열매도 사랑의 열매와 비슷합니다. 이들 자금우과 삼형제는 제주도와 일부 서남해안 등 따뜻한 곳에서 자라는 상록 나무인데, 서울에서도 화분에 심어 가꾸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서양란 등 큰 꽃을 담은 화분의 빈 공간을 채우는 용도로도 쓰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들 삼형제도 다섯 갈래로 갈라진 흰색 꽃이 앙증맞게 예쁘지만, 더 눈에 띄는 시기는 10월쯤부터 빨간 열매를 달고 있을 때입니다. 이 열매를 초봄까지 겨우내 달고 있습니다. 산호수·자금우는 2~4개, 백량금은 여러 개 달린 열매 모습이 사랑의 열매와 정말 비슷합니다.
먼저 산호수는 다 커도 10cm 정도인 작은 나무입니다. 제주도에서 자라지만 우리가 흔히 보는 것은 화분에 심어 가꾸는 것입니다. 산호수는 잎 가장자리에 큰 톱니가 드문드문 있고, 잎과 줄기에 털이 많은 것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산호수라는 이름은 열매가 적색산호의 빛깔과 닮아 붙인 것이라고 합니다. 산호수와 비슷한 자금우는 산호수에 비해 잎에 잔 톱니가 있고 줄기에 털이 거의 없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자금우는 남부지방에서는 비교적 흔하게 자랍니다.
산호수. 잎 가장자리에 큰 톱니가 드문드문 있고 잎과 줄기에 털이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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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우. 잎에 잔 톱니가 있고 줄기에 털이 거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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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량금은 1미터까지 자라는 나무로, 자금우과 삼형제 중에서는 제일 큽니다. 제주도와 서남해안에서 자라지만 우리가 흔히 보는 것은 역시 화분에 심어놓은 것입니다. 잎 가장자리에 물결 모양의 톱니가 있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백당나무 열매와 산호수 삼형제 열매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사랑의 열매와 닮았나요? 둘 다 빨간색 열매지만 열매 개수 등까지 고려할 때 산호수·자금우 등 열매가 더 사랑의 열매에 가까운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공동모금회는 산림청이 사랑의 열매로 백당나무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백당나무가 좀 더 대중적이라는 점에서 백당나무 쪽으로 설명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김민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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