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지난 26일 유럽연합(EU) 내에서 이란 핵협상을 담당하는 엔리께 모라 베나벤테 대외관계청(EEAS) 사무차장과 전화 통화를 갖고 협상 동향과 전망을 공유했다. 최 차관은 우리 정부도 한·이란 관계의 발전과 이란 핵협상 진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차관은 이달 초 미국의 로버트 말리 이란특사와도 통화하고 이란 핵협상 과정을 공유받기도 했다. 미국은 협상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지만 이란 핵협상의 키를 쥐고 있는 나라다. 앞서 최 차관은 지난달 알리 바게리 카니 신임 이란 외교부 정무차관과 첫 통화를 갖고, 이란의 핵협상 복귀를 위한 한국의 지원 노력을 설명하기도 했다. 외교부는 29일 대변인 성명을 내고 "이란 동결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 정부는 한미 동맹과 한·이란 관계 등 중요성을 고려해 JCPOA의 원활한 재개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이란 핵협상과 남북 종전선언을 연계하는 것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이란과 북한에 대한 핵협상을 같은 선상에서 놓고 발언한 바 있어서다. 미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면서 이란이 핵합의(JCPOA)에 복귀하면 미국도 상응해서 복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란에 대한 입장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기 위해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를 추구한다"고 밝혔다. 북한에 대해서도 이란 핵협상과 같은 길을 따를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실제 이란과 북한이 요구하는 조건은 유사하다. 이란은 미국의 일방적인 대이란 제재를 완전히 해제하는 게 선결돼야 협상에 임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이란 정부가 협상 테이블에 나오겠다는 점을 빌미로 핵능력을 신장시키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따라 미국은 이란의 핵활동을 제한하면서 일부 동결자금 해제나 인도적 물품 지원 등 제재완화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미국에 대해 적대적 의도를 빌미로 제재 철회를 꾸준히 요구하고 있고, 우리 정부는 미국을 설득해 종전선언을 시작으로 북한을 대화테이블로 이끌어 내려고 시도 중이다. 특히 바이든 정부가 이란 핵협상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시간만 허비할 경우 북핵협상에도 정치적 돌파구를 마련하기 어려워져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이번에 이란이 어떤 방식으로든 제재해제를 얻어낼 경우 올초 한국 선박 압류 사태까지 갔던 이란 동결자금을 돌려줄 수 있기 때문에 외교부 입장에서는 대이란 외교 부담도 크게 덜 수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란 핵협상 재개 이후 과정이 향후 북핵협상에도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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