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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밝히는 이야기…등명스님 에세이 '스님, 고민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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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사찰 선암사에서 찾는 '마음 평화'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찰로 꼽히는 전남 순천의 선암사. 이곳에서 출가하고 수행을 이어온 등명스님이 선암사와 도량에서 맺은 인연을 에세이로 풀어냈다.

천년고찰 선암사는 사찰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조계산 동쪽에 자리 잡은 사찰은 꽃과 나무, 물, 바람 등 꾸미지 않은 자연미가 그윽한 곳이다.

등명스님은 에세이집 '스님, 고민이 있어요'(마음의숲)에서 자연 속에서 오랜 세월을 지켜온 선암사 곳곳을 소개한다. 선암사로 이어지는 길 위에서 '겸손'을 떠올리고, 600년 된 선암매를 사색하며 매화 같은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매화는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봄은 스스로 일구어야만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진리를 가르쳐주기 위하여 오늘도 우리 곁에 머물러 있는지도 모른다."('매화의 향을 지닌 사람' 29쪽)

선암사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있을 독자에게 스님이 전하는 뒷간 얘기는 흥미롭다. 고즈넉한 언덕 위 누각으로 지어진 뒷간은 밖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 매력적이다.

시급한 일을 해결하고자 누각 안으로 들어서면 배설을 해결하는 내내 펼쳐지는 바깥 풍경이 백미라는 게 스님의 감상이다.

연합뉴스

선암사 승선교
[출처 : 선암사 홈페이지. 재배포 및 DB금지]


"조촐한 편백나무와 어우러진 녹차밭, 그리고 산문으로 오르는 푸른 숲길과 그 사이로 흐르는 개천은 배설이 주는 시원한 느낌과 더불어 나를 잠시 황홀경으로 이끈다."('잘생긴 선암사 뒤-ㅅ간' 33쪽)

등명스님은 선암사 템플스테이를 담당하는 교장이기도 하다.

스님은 마음 속 평온을 찾고자 온 이들에게 차를 권하며 인생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이들이 털어놓는 고민은 어느새 스님의 고민이 되고, 새벽 예불 때 그들의 행복을 바라며 기도를 올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스님은 차담으로 인연을 맺은 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을까.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는 조용히 내면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움직이면서도 움직인 바 없고, 들으면서도 들은 바 없는 고요한 그곳. 인생이란 본디 몸부림치면 칠수록 수렁은 깊어지고 벗어나려 하면 할수록 첩첩산중이니 그저 머무른 바 없이, 머물고 가는 바 없이 가는 것이라 했던가."('내면으로의 여행' 102쪽)

에세이집은 스님의 글과 함께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사진들이 많다. 선암사 곳곳의 풍경과 수행자의 뒷모습은 이곳 템플스테이 지도사로 있는 김지언 씨가 카메라에 담았다.

332쪽. 1만5천 원.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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