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에게도 잔혹행위
소탕작전 고전하는 군부,
국제사회 '왕따'도 이어져
25일 미얀마 군경이 시민방위군 등 반군부 세력 색출을 위해 순찰을 하고 있다. 미얀마 나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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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쿠데타 군부의 만행이 무고한 어린이들에게도 미치고 있다. 반군부 인사 체포를 빌미로 그들의 자녀를 감금하는 것도 모자라 강제 노역까지 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군부는 현지에서 반군부 무장세력의 저항에 부딪치는 한편 국제사회 고립도 심화하는 모습이다. 안팎의 저항과 압박에 군부 당국이 어린이 인권 유린까지 불사하며 강권 통치를 이어가는 것이다.
26일 미얀마 나우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정부군이 불법 구금 및 체포한 어린이는 최소 10명에 달한다. 미얀마 전 집권여당인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소속 활동가 흐따이 아웅의 13세 아들은 지난달 14일 만달레이 군경에 끌려간 뒤 이날까지도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다. 최근 아웅의 이웃 주민들이 경찰에 석방을 간곡히 부탁했지만, 이들은 "아웅이 자수해야만 아이를 풀어주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마궤주에선 지난 18일부터 6~14세 어린이 5명이 집단 감금돼 있다. 집이 가난해 정규 학교를 가기 힘든 어린이들을 돌보던 승려가 시민방위군을 지원한 혐의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군은 어린이들을 수도원에 가둔 뒤 "도망치려 한다면 즉시 총살하겠다"고 협박하며 승려의 행방을 계속 취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곤의 언론인 흐떼의 7세 딸도 최근 군에 끌려가 이틀 동안 심문을 받았다. 이미 체포된 흐떼의 폭발물 소지 혐의 증거를 찾겠다는 의도였다. 당시 군은 딸에게 "아버지가 총을 사는 것을 봤지 않았냐"고 거듭 추궁했고, 딸은 "아버지는 장난감 총도 산 적이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외에 마궤주의 어린이 3명 이상도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가족들을 체포하기 위한 인질로 지난달 27일 구금됐다.
행방이 묘연한 아웅의 아들과 마궤주 어린이들은 대부분 군 시설에 갇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궤주에 주둔하는 101경보병사단에 구금된 뒤 50만 짯(약 33만 원)을 주고 풀려난 한 시민은 "어린이를 포함해 최근 인질로 끌려온 이들이 부대 안에서 벽돌 10만 개 만들기 작업에 동원돼 모래를 나르고 있다"며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면 끌려가 고문받는 일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미얀마 군부에 맞서고 있는 사가잉주 깔라이 시민저항군의 모습. 미얀마 나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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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의 악랄한 대처는 국내ㆍ외 모든 영역에서 악재가 겹치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군부는 이달 들어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무장저항이 가장 심한 사가잉ㆍ친ㆍ마궤주 등에서 반군 토벌작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지난 24일 사가잉주로 향하던 군용 트럭이 인근 지역 5개 시민군 연합진영의 공격에 전멸하는 등 그들의 예상과 달리 전선은 교착 상태로 흐르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도 심화하고 있다. 한때 우방국이었던 캄보디아는 전날 화상으로 시작한 제13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군부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초대하지 않았다. 앞서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지난달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정상회의와 지난 22일 중국-아세안 정상회의에도 참여가 배제된 바 있다. 캄보디아는 내년 아세안 의장국이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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