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6개월 된 정인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모가 2심 선고 공판에서 감형을 받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손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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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생후 16개월 입양아 정인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양모 장모씨가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재판부는 감경 이유로 범죄와 형벌 간 균형이 지켜져야 한다는 죄형균형원칙에 비춰 장씨에게 무기징역이 정당화될 객관적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무기징역이 사회와 영원히 격리하는 무거운 형인 만큼 사건에 대한 사회적 공분을 양형에 그대로 투영할지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서울고법 형사7부(성수제·강경표·배정현 부장판사)는 26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또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양부 A씨에게는 징역 5년을 선고하고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10년간 아동관련기관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장씨는 무방비로 누운 정인양의 복부에 척추뼈 사이 장간막이 압착될 정도로 강한 물리력을 2회 이상 행사했다"며 "그와 같이 복부에 강한 물리력을 2회 이상 가하면 장기 파열 등 치명적 손상입어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은 일반인도 예견할 수 있으며, 정인양의 사망을 용인하는 의사가 내심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장씨의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무기징역을 선고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사건에 대한 사회적 공분에는 공감하지만, 양형에 그대로 투영할지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기징역은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해 자유를 박탈하는 종신 자유형으로 범죄전력, 범행 동기, 수단과 방법, 결과의 중대성, 반성과 자책 여부 등 모든 사정을 고려해 무기징역을 선고하기 위한 객관적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세 차례의 아동학대 신고에도 정인양을 분리하는 등 보호조치가 없었고, 결국 사망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이 사건에 대한 사회적 공분은 사건 자체의 참혹함 뿐 아니라 취약상태의 아동을 보호하려는 사회 보호 체계가 작동하지 않아 사망을 막지 못했다는 공분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보호 체계가 철저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문제점을 개선하고, 정인양이 잊혀지지 않도록 결과와 문제점을 분석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씨의 재범 위험성이 크지 않은 점, 치밀하게 계획된 범행이 아니라는 점, 후회하고 자책하는 모습 등도 감경 사유가 됐다.
재판부는 "감정에 쉽게 압도돼 심한 기복을 보이고, 분노 조절을 하지 못하면서도 치료받지 않아 범행을 한 장씨의 책임은 분명하다"면서도 "장씨는 정인양을 병원에 데려갔고, 살인 증거 은폐 시도를 하지 않는 등 사회 공동체의 기본 규범에 적대적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장씨는 입양한 딸 정인이를 지난해 초 입양해 수개월 간 상습적으로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인양 부검 결과 얼굴, 몸통과 팔 등 곳곳에 심한 상처가 발견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갈비뼈 골절과 췌장 상처 흔적 등 오랜 기간 학대가 지속적으로 발생한 정황이 다수 확인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 5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장씨에게 사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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