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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바퀴벌레·그날 저녁의 불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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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종말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 바퀴벌레 =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현대 영문학 대표 작가 이언 매큐언이 2019년 발표한 장편 소설로, 정치가로 변신한 바퀴벌레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사태를 둘러싼 영국 사회를 풍자했다.

브렉시트를 불러온 국민투표, 국민투표 공약으로 총선에서 과반을 얻은 보수당.

자국의 포퓰리즘 정치를 목도하며 절망한 작가는 이 책을 쓰는 동안 대단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한다. 작가로서 현시대에 할 수 있는 유일한 응답이 유머와 풍자라는 것.

소설은 바퀴벌레였던 짐 샘스가 영국 총리로 변신하면서 시작된다. 사람이 벌레로 변하는 카프카의 '변신'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각료회의에 참석한 샘스는 외무장관만을 제외하고 부처 장관들 모두 바퀴벌레가 변신한 존재란 사실을 깨닫는다.

인간의 몸을 훔쳐 영국 수뇌부를 장악한 바퀴벌레 군단의 신념은 단 하나, 바로 인간을 파멸시키는 것이다.

브렉시트에 대한 우화로 읽힐 수 있지만 자기 잇속만 챙기는 정치꾼들을 신랄하게 풍자해 어느 사회에나 적용 가능한 이야기다.

문학동네. 128쪽. 1만2천500원.

연합뉴스



▲ 그날 저녁의 불편함 = 마리커 뤼카스 레이네펠트 지음. 김지현 옮김.

첫 소설로 지난해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거머쥐며 화제가 된 20대 작가의 수상작이다.

이 작품은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겨울날, 네덜란드 농촌 마을에서 시작된다.

오빠의 죽음으로 평범했던 날들은 산산조각이 난다. 상실의 두려움에 사로잡힌 주인공은 오빠가 떠난 날 입고 있던 빨간 코트를 한여름이 돼도 벗지 못한다. 구제역이 마을을 덮쳐 살처분과 죽음이 난무하며 이 모든 것이 한데 휩쓸려 몰아친다.

자식의 죽음, 애지중지 키우던 소들의 살처분을 겪은 부모는 자신들의 상실감에 남은 아이들을 보듬지 못한다. 보살핌에서 벗어난 아이들은 작은 동물을 해치고, 친구와 동생을 성적으로 괴롭히고 자신의 신체에 위해를 가한다.

작가가 27살에 발표한 이 소설은 자신의 상처 안으로 파고들며 성장통을 꺼내보인 이야기다. 실제 작가는 주인공 가족처럼 농사를 짓고 성경 말씀을 철저히 지키며 자랐다. 작가 역시 세 살 때 오빠를 잃었다. 상실의 경험을 바탕으로 6년에 걸쳐 집필했다.

비채. 340쪽. 1만5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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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레이엄 그린 지음. 서창렬 옮김.

영국 대표 문인 그레이엄 그린(1904~1991)의 1951년 장편 소설로 국내에선 처음 정식 계약을 맺고 출간됐다.

그린은 생전 대중적인 인기를 누린 스릴러 대가, 인간 실존과 신의 관계를 고찰한 가톨릭 소설가 등 복합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야기는 제2차 세계대전 무렵 런던을 배경으로 소설가와 유부녀, 그녀의 남편 사이의 사랑과 이별, 기묘한 우정을 일인칭 화자의 시점으로 따라간다.

남녀 간 애증을 다루는 연애 소설 형태를 띠면서도 신을 향한 인간의 감정과 다양한 종교적 논쟁을 아우른다. 그린은 이 작품을 기점으로 가톨릭 소설가로 인정받았다.

특히 이 소설은 작가의 실제 연애 경험이 반영된 자전적인 작품으로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1955년과 1999년 두 차례 영화로도 제작됐다.

이번 한국어판에는 2004년 그린 탄생 100주년 기념 펭귄출판사 확장판에 실렸던 소설가 모니카 알리의 해제가 함께 수록됐다.

현대문학. 380쪽. 1만5천 원.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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