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호법' 제정을 위해 나선 음주운전 피해자 윤 군의 친구들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면담을 하고 있다. '윤창호법'은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기준 강화 및 음주운전 치사를 살인죄로 처벌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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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피해자 故 윤창호 군의 친구 이영광, 김민진씨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일명 '윤창호법' 통과에 관련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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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이상 음주운전을 한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한 이른바 '윤창호법'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판단을 받으면서 국회의 입법과정과 그 동안 이 법으로 엄벌을 받은 사례 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5일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은 위헌"이라며 2회 이상 음주운전 위반으로 기소된 이들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번에 '위헌'이 결정된 해당 조항은 음주운전 금지 규정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을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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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호씨 사망 후 한 달도 안 지나 국회를 통과한 '윤창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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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특가법 개정안은 윤씨 사고일인 2018년 9월25일로부터는 두 달, 그가 사망한 11월9일로부터는 불과 20일만인 2018년 11월 29일 전격적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시행도 한달도 안 지난 2018년 12월 18일부터였다. 이후 '제2 윤창호법'으로 불리며 개정된 도로교통법도 윤씨가 사망한지 한 달도 채 안된 2018년 12월 7일 국회에서 통과돼, 2019년 6월 25일부터 시행됐다. 비슷한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빠른 입법과정이었다.
당시에도 윤창호법에 대해선 과도한 형벌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으나, 윤씨 사망사고가 크게 이슈화 된 상태에서 이에 대한 반대의견은 음주운전에 대한 '관용'으로 비춰질 수 있었다. 따라서 여야 대표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은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고 음주운전에 대한 강력한 형사처벌이 쉽게 입법됐다.
민식이 사망사고, 두 달만에 바로 국회 통과한 '민식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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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이 아빠 김태양씨가 직접 쓴 것으로 알려진 민식이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청와대 홈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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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이 아빠 김태양씨가 직접 쓴 것으로 알려진 민식이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청와대 홈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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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숨진 김민식군 엄마 박초희 씨, 아빠 김태양 씨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도로교통법 개정안(민식이법), 하준이법(주차장법 개정안) 통과를 지켜보고 있다. 2019.12.10/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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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분위기가 이어지다가 민식이법도 비슷한 흐름속에 사망사고 피해자인 민식이를 앞세운 입법 운동에 의해 비교적 쉽게 통과되기도 했다. 민식이는 2019년 9월 11일 충남 아산의 한 중학교 앞 횡단보도를 건너다 사망했다. 민식이 사망 뒤 한달여 만인 10월 13일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로 윤창호법과 마찬가지로 도로교통법과 특가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바로 나왔다. 이 법안들은 민식이법 입법운동을 했던 민식이 아빠 김태양씨의 바람이 반영된 것이었다. 김씨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어린이 보호구역내 사고에 대해 '가중처벌'을 해 달라고 주장했다.
민식이법도 윤창호법과 마찬가지로 국회 안팎에서 반대 목소리를 공식적으로 내는 곳이 거의 없었다. 이에 따라 형사처벌 형량이 법체계에 맞지 않게 과다하게 성안됐던 강훈식 의원실 대표발의안 대부분의 내용이 제대로 된 국회 내 검토과정이 사실상 생략된 채 그대로 통과됐다. 법안 발의와 검토에 참여한 국회의원과 상임위 전문위원 등 관계자들조차 발의안이 '그대로' 통과될 줄은 몰랐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민식이법은 2019년 12월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민식이 사망 뒤 불과 2개월 만이었다.
윤창호법과 민식이법에 대해 '형벌의 비례 원칙에 안 맞는다', '지나치게 과도한 형벌이라 기존 법체계를 무너트린다'는 등 법조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당시 여론 분위기상 공론화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그대로 묻혔다.
실제로 헌재 위헌 판단이 나오기 하루 전인 24일 전주지법에서는 50대 여성 A씨가 음주운전 2회로 기소돼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A씨는 2차례의 음주운전 적발로 25일 헌재가 위헌 판단한 도로교통법 제148조의 2 제1항인 윤창호법 적용을 받아 기소됐다. 검찰은 1심에서 A씨에게 벌금 1700만원이 선고되자 항소해 "엄벌을 요청한다"며 징역형의 실형을 구형했고, 2심 재판부는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A씨가 두 번째로 음주운전이 적발된 상황은 교차로에서 뒤에 오던 차량이 후미를 추돌해 A씨가 오히려 피해를 입은 사건이었지만, A씨는 이 사고로 징역형에 처해지게 됐다. A씨의 첫번째 음주운전도 사고 피해자가 없는 단순 단속에 의한 적발이었다.
전주 지역 한 변호사는 "윤창호법이 생긴 뒤로는 2회 이상 적발시엔 징역형 실형이 선고되는게 다반사가 되고 있다"며 "음주운전은 처벌받아 마땅하고 사고를 낼 위험이 높은 게 사실이지만 죄질에 따라 범행의 양태에 따라 다르게 처벌해야 하는데 너무 세게 개정이 돼 있어서 음주운전 가중처벌은 남일이라고만 생각하다가 막상 닥치면 생각보다 센 형량에 대부분 놀란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엄벌주의가 무조건 좋다고 할 순 없고 실제로 윤창호법으로 징역형까지 받는 사람들은 대부분 보통의 직장인,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빠이고 큰 범죄자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는 생활인들인데 예상못한 감방행으로 가정이 망가지고 인생이 돌이킬 수 없는 위기에 빠질 수 있단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헌재 "죄질이 비교적 가벼운 유형의 재범 음주운전까지 일률적으로 가중처벌하면 형벌 본래의 기능에서 현저히 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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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헌재는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된다며 위헌으로 판단했다. 헌재는 "과거 위반행위가 예컨대 10년 이상 전에 발생한 것이라면 처벌대상이 되는 재범 음주운전이 준법정신이 현저히 부족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반규범적 행위라거나 사회구성원에 대한 생명·신체 등을 '반복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이를 일반적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행위와 구별하여 가중처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죄 전력이 있음에도 다시 범행한 경우 재범인 후범에 대하여 가중된 행위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전범을 이유로 아무런 시간적 제한 없이 무제한 후범을 가중처벌하는 예는 찾기 어렵고 공소시효나 형의 실효를 인정하는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울러 "예컨대 10년 이상의 세월이 지난 과거 위반행위를 근거로 재범으로 분류되는 음주운전 행위자에 대해서는 책임에 비해 과도한 형벌을 규정하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헌재 재판관들은 "심판대상조항은 음주치료나 음주운전 방지장치 도입과 같은 비형벌적 수단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과거 위반 전력 등과 관련하여 아무런 제한도 두지 않고 죄질이 비교적 가벼운 유형의 재범 음주운전 행위에 대해서까지 일률적으로 가중처벌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형벌 본래의 기능에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일탈하는 과도한 법정형을 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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