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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절망의 유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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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생김새·오르비스 테르티우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 절망의 유토피아 = 오구라 도시마루 지음. 김지영 옮김.

자본주의로 인한 세계화와 감시사회를 비판해 온 일본 경제학자 오구라 도시마루(小倉利丸) 도야마대 명예교수가 2016년 일본에서 출간한 에세이 중 일부를 뽑아 번역했다.

저자는 일본에서 일왕에 대한 인식이 제2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크게 달라졌다고 주장한다. 과거에는 신격화된 존재였다면, 종전 이후 '인간으로서의 일왕'으로 변했다고 말한다.

이어 "일본인과 일왕은 양자를 지탱하는 실체가 없으며, 양자는 허구의 지점에 의해 지탱된 관념"이라며 "역사도 전통도 없는 제도(일왕제)가 있는 척을 하고 있어 무리가 따르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한다.

또 다른 글에서도 일왕제 폐지를 요구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번영과 평화의 어두운 부분인 경제 침략과 전쟁 가담을 교묘하게 배제하는 데 일왕이라는 존재가 효과를 발휘했다고 분석한다.

푸른길. 220쪽. 1만5천 원.

연합뉴스



▲ 서울의 생김새 = 강내희 지음.

비판적 관점의 문화 비평 작업을 지속한 저자가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에서 자본주의 발전과 맞물려 진행된 도시화를 논했다.

저자는 서울에서 1960년대와 1990년대에 각각 '순환'이 일어났다고 본다. 첫 번째 순환은 한강이 개발되고 강남에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발생했고, 두 번째 순환은 얼개가 거의 완성된 서울 바깥쪽에 분당과 일산 같은 신도시가 만들어지면서 이뤄졌다. 저자가 사용한 단어 '순환'은 결국 급속한 자본주의적 도시화를 뜻한다.

그는 "자본주의적 도시화는 다가오지 않는 종착역을 향해 달리는 기차의 운동과 같다"며 신자유주의 등장 이후 도시화 속도는 줄지 않아 둥지 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빈발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건물을 '이윤 내는 기계'로 간주하는 관념이 퍼지면서 서울에 고층빌딩이 많이 건설됐고, 과거에는 누구나 보유했던 조망권을 지금은 부유한 사람만 누릴 수 있게 됐다고 주장한다.

문화과학사. 605쪽. 2만9천 원.

연합뉴스



▲ 오르비스 테르티우스 = 엔리케 두셀 외 지음. 김동환 외 옮김. 우석균 엮음.

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가 진행한 해외 석학 초청강연을 보완해 단행본으로 펴냈다. 책 제목은 라틴어로 '제3의 세계'를 의미한다.

페루 사회학자인 아니발 키하노는 유럽이 지금도 인류 역사에서 가장 발전된 형태임을 자처한다고 비판하면서 특정 종족의 우주관만이 보편적 합리성을 띤다는 주장만큼 비합리적인 것도 없다고 지적한다.

아르헨티나 출신 학자 엔리케 두셀도 "식민주의에서 벗어난 민족들이 문화적 타자성을 긍정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트랜스모던적이고, 다문화적이며, 비판적이고, 상호 문화적인 대화를 통해 '여러 개의 세계가 포함되는 세계'를 지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린비. 432쪽. 2만5천 원.

연합뉴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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