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사죄 없이 떠나 분노한다"…경찰과 회견장소 놓고 언쟁하기도
수능 마친 수험생 1인 시위…"유족은 조금이라도 느끼는 바 있길"
기자회견 하는 전태일 열사 동생 전태삼씨 |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이승연 기자 = 23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빈소가 차려진 신촌세브란스병원 인근은 전씨의 과오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특히 전두환국민심판본부 상임고문인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 씨는 취재진과 만나 "꼭 풀어야 할 가족들의 원한을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삼 씨는 "12·12 군사 쿠데타로 빚어진 참사와 그 많은 사람의 고통을 잊을 수 없다. 어머니 이소선 여사는 '아들들은 간첩이 아니다'라고 온몸으로 부르짖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과거 전두환 정권 초기 대표적인 인권침해 사례로 꼽히는 삼청교육대를 언급하며 "어머니와 성동구치소에서 함께 있었는데 운동장에 끌고 나가 각종 가혹행위를 했던 전두환의 만행을 잊을 수 없다. 민중이 통곡했지만 무시하고 끝내 계엄령을 선포했던 잘못된 역사를 온 국민이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 연희동을 떠난 전두환, 정말 황망하기 짝이 없고 유가족은 41년 동안 시대의 아픔을 은폐했다"고 비판하면서 "아들들의 목숨을 강제로 빼앗기고 시신을 받았던 부모들의 심정을 꼭 기억해달라. 목이 멘다"고 말했다.
태삼 씨는 "왜 노태우가 파주 공동묘지로 가고 전두환이 이 영안실에 오게 됐는지, 이 심정은 다 말로 할 수 없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전두환국민심판본부는 기자회견에서도 "전두환은 무조건 살인마"라며 "힘없는 국민을 총칼로 짓밟고 정권을 찬탈했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이라 칭하기도 아깝다. 애도하거나 추모할 생각은 전혀 없다. 오히려 사죄 없이 떠난 전두환에게 분노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전두환의 부역 세력은 지금이라도 국민과 역사 앞에 참회하라"고 외쳤다.
전두환국민심판본부는 회견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언쟁을 하기도 했다.
경찰 측이 인도에 내려가서 회견하라고 하자 "인도 밑에서 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우린 항의하러 왔다"며 맞섰다.
전씨의 시신이 오후 3시 15분께 병원에 도착한 후부터 휴대전화로 라이브 방송을 하는 유튜버들이 등장하는 등 빈소 주변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빈소 앞을 찾은 한 여성은 "진짜 죽었는지 확인하러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수능을 마치고 1인 피켓시위에 나선 수험생도 있었다.
안충원(20)씨는 "전씨 재판 방청을 들어간 적이 있는데 꾸벅꾸벅 조는 그의 모습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면서 "수능을 마치고 집에서 뉴스를 보다가 10년, 20년 뒤에 부끄러워질까 봐 5시간 걸려 전남 영암에서 이렇게 올라왔다"고 말했다.
안씨는 "전씨가 눈을 감기 전에는 반성할 거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그것마저 없었다"며 "당사자에게는 전달이 안되겠지만 유가족 등이 조금이나마 느끼는 게 있기를 바란다. MZ세대라고 하면 이런 데 관심 없는 줄 알지만 행동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전씨의 유족 측은 이날 오후 10시까지 조문을 받았고, 다음 날 오전 9시 재개한다. 이날은 약 150명이 빈소를 찾았다.
한편, 군 관련 단체 등이 예고했던 도심권 추모 분향소는 서울시와 각 구청이 모두 불허 방침을 전달하면서 아직 설치되지 않았다. 경찰은 해당 단체가 심야에 기습적으로 분향소를 설치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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