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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대기업 출신 베테랑들 밀착 자문…매출 2.5배 오른 中企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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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간 PCB 화학소재 '한 길'만 걸은 '오알켐'

R&D 노력 쏟았지만…대기업 외면에 상품화 먼길

전경련-대기업 도움에 결국 소재 국산화 성공

허창수 회장 "ESG 핵심은 동반성장…협력촉진"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경험이 풍부한 대기업 출신의 자문위원들은 훌륭한 선생님으로서, 중소기업은 이를 받아들여 열심히 노력한 학생으로서 협력한 끝에 값진 성과를 얻었습니다.”

23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소재 인쇄회로기판(PCB) 및 반도체 패키지(PKG) 공정 반도체 패키지 공정 화학소재 생산 기업을 찾은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은 생산시설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지난 8년간의 성과를 격려했다.

허 회장이 이날 방문한 곳은 2013년부터 전경련이 경영 자문을 해주고 있는 중소기업 오알켐. 오알켐은 대기업과 전경련 경영자문단의 도움에 힘입어 PCB 제작에 들어가는 화학소재 국산화와 수입 대체에 성공, 매출 1000억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8년간 무려 2.5배나 성장했다.

허 회장은 이날 “오알켐 사례는 대기업-협력 중소기업-전경련 경영자문단의 3자가 협력해 이뤄낸 상생의 표본”이라며 오알켐에 자문 우수기업 상패를 수여했다. 그러면서 허 회장은 “동반성장은 최근 화두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핵심으로 우리 기업들이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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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23일 경기도 안산시 소재 인쇄회로기판(PCB) 및 반도체 패키지 공정 화학소재 생산 전문기업인 ㈜오알켐을 방문해 연구소 및 생산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전경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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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경영닥터제’ 없었다면 회사 사라졌을 것”

전경련 경영닥터제는 대기업의 1·2차 협력업체(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6개월간 현장 중심 자문을 진행하는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의 대표 경영자문 프로그램이다. 지난 2007년부터 15년간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 포스코(005490) 등 75개 대기업과 771개의 협력업체가 참여했다. 자문은 2004년 삼성, 현대차, LG, POSCO 등 주요 그룹 전직 CEO 및 임원 40인이 참여해 출범한 전경련 경영자문단이 제공한다.

1991년 설립된 오알켐은 30여 년간 한 길만 걸으며 국내 PCB 산업 화학소재의 전 공정의 국산화를 선도해온 기업이다. 반도체 및 첨단전자기기 PCB와 반도체 PKG 공정에 쓰이는 130종의 화학소재 원천기술을 보유해 연간 2만5000톤을 생산하며 국내외 100여 개사에 납품 중이다.

오알켐이 이처럼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오알켐은 PCB 화학소재 국산화를 위해 2000년 사내 중앙연구소를 설립하고 수년 동안 기초기술 연구개발에 매진했다. 전체 인원의 40%가 연구인력일 정도로 이재현 대표이사의 연구개발에 대한 소신은 뚜렷했다.

하지만 연구개발 의자와 실제 양산·납품은 또 다른 문제였다. 오알켐은 외국산 약품 시장점유율이 89%에 달하던 ‘PCB 수평화학동도금 약품’의 국산화를 위해 제품을 개발했으나 난관에 부딪혔다. 10여 년간의 준비 끝에 약품 개발을 완료했으나 2012년 당시만 해도 대기업은 국산 약품을 불신했고 대기업에 대한 레퍼런스를 요구했다.

오알켐의 노력은 전경련이 2013년 오알켐과 LG이노텍(011070)의 ‘가교’ 역할을 하면서 결실을 봤다. LG이노텍은 연구개발·품질 전문가를 지원해 수평화학동도금 약품의 초기 테스트부터 양산 단계까지 제품 신뢰성 검증을 위한 전 과정을 지원했다. 기존 제품을 생산하기도 바빴지만 야간마다 틈틈이 청주·오산·구미공장 생산라인을 제공해 오알켐이 마음껏 약품을 테스트할 수 있게 도왔다. LG그룹 출신 전경련 경영자문단의 남기재 위원의 조언도 톡톡히 역할을 했다.

그 결과 오알켐의 2013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20.4%가 늘었고, LG이노텍도 독일산 제품을 오알켐 제품으로 대체해 원가절감 효과를 누렸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윈윈’(Win-Win)한 모범 사례로 남은 것. 이 대표이사는 “전경련 경영닥터제가 없었다면 시제품은 실험실에서 폐기되고 회사는 경쟁사에 밀려 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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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23일 경기도 안산시 소재 인쇄회로기판(PCB) 및 반도체 패키지 공정 화학소재 생산 전문기업인 ㈜오알켐을 방문해 연구소 및 생산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전경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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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 경영닥터제와 ‘글로벌 시장’ 정복 나서는 오알켐

오알켐은 2019년 또다시 전경련 경영닥터제의 문을 두드렸다. 이번엔 생산 계획과 생산물량 변동에 따른 효율적 인원 배치가 고민이었다. 이때 오알켐을 돕기 위해 삼성 출신 임원들이 ‘등판’했다. 생산기술과 공장혁신 분야의 베테랑인 김영덕 자문위원(전 삼성전기 상무)과 정혁재 자문위원(전 삼성코닝 상무)이었다.

두 자문위원은 업무 효율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 ‘3정5S’ 생활화 등 생산성 향상을 위한 조치들을 조언했다. ‘3정’은 ‘정품·정량·정위치’로 우리 눈으로 보이는 관리를 위한 수단, ‘5S’는 ‘청결·정리·청소·정돈·습관화’로 현장·작업의 낭비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활동을 뜻한다. 이 밖에 △모든 업무를 수기에서 바코드·모바일 방식 전환 △전사적 자원관리(ERP) 도입 추진 △유연근무제 도입 등에 나섰다.

덕분에 오알켐은 설비가동률 100%를 달성함과 동시에 전년대비 2019년 매출은 4% 증가하고 비용은 2억1000만원 가량을 절감했다. 아울러 유연근무제 도입을 통해 전 직원 근무시간을 전년 대비 49% 줄였고, 연장근무가 줄어드는 등 직원들의 직장생활 만족도도 높아졌다.

오알켐은 올해 삼성전기와 함께 ‘전경련 경영닥터제’에 다시 한 번 참여한다. 이번엔 국내를 넘어 중국 등 글로벌 시장 정복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다. 해외법인 관리를 위한 국내외 통합프로세스 정착, 환리스크 내부 규정 수립 및 관리방안 마련 등에 관한 자문을 삼성캐피탈 출신 조연구 자문위원과 진행한다.

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는 밀착형 공동자문 형태를 강화할 계획이다. 허 회장은 “협력사의 경쟁력이 대기업의 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대·중소기업 간 협력을 촉진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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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23일 경기도 안산시 소재 인쇄회로기판(PCB) 및 반도체 패키지 공정 화학소재 생산 전문기업인 ㈜오알켐을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박철한 중기센터 소장, 이원순 경영자문단 위원장, 이충호 (주)오알켐 대표, 이재현 (주)오알켐 대표, 허창수 전경련 회장, 남기재 경영자문단 고문, 배상근 전경련 전무, 정혁재 경영자문단 위원, 김영덕 경영자문단 위원, 조연구 경영자문단 위원(사진=전경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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