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시대 불꽃이 되어·영화광입니다만, 그림도 좋아합니다
미국 하버드대학 로스쿨의 마크 램지어 교수는 지난해 말 어느 국제 학술지에 게재한 '태평양전쟁 중 성계약'이라는 논문에서 제2차 세계대전 중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일본군 '위안부' 제도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고 여성들이 자발적 계약을 맺고 매춘부로 전쟁터에 갔다는 억지 주장을 폈다.
이 사건은 태평양전쟁 때 일어났고 문제가 제기된 지 30년이 지난 '위안부'가 아직도 논쟁의 대상이며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는 현실을 잘 보여준다.
책은 우리가 익숙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내용과 해법이 불확실할 때가 많은 '위안부'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한다. 열여섯 나이에 전쟁 중인 대만으로 끌려가 '위안부' 생활을 하다가 어렵사리 조선으로 돌아온 소녀가 숨죽이며 살다 과거의 일이 자신이 잘못해 생긴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위안소'에서 겪었던 일을 증언하는 과정을 역사적 사실과 함께 풀어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위안부' 관련단체 CARE의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잔악하고 반인륜적인 범죄일수록 거기에서 인류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찾고 기억하는 것이 인류 사회의 발전에서 현재의 세대에게 주어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며 "'위안부' 문제를 계속해서 기억하고 이야기해야 할 중요성은 여기에 있다"고 강조한다.
소울하우스. 256쪽. 1만5천원.
▲ 어둠의 시대 불꽃이 되어 = 70년대민주노동운동동지회 엮음.
1970년대 '어둠의 시대'에 자본과 공권력의 탄압에 맞서 투쟁의 길을 결연히 걸었던 민주노동조합들의 기록이다. 숱한 투쟁 속에서 분노하고 절망하면서도 희망을 되살리고자 어깨를 겯고 따뜻한 형제자매의 정으로, 결연한 동지애로 서로를 보듬으며 살아온 노동자들의 증언이기도 하다.
책은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YH무역에 입사한 7남매의 막내, 가난에 쫓겨 들어간 다락방에서 하루 열대여섯 시간을 무릎 꿇은 채 일해야 했던 평화시장의 열세 살 소녀 등 숨 가쁘게 살아온 우리의 언니, 오빠들의 땀과 눈물을 생생하게 전한다.
70년대민주노동운동동지회 임현재 회장은 "노동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왜 노동자가 되었고, 어떻게 노동자로서 각성하고 사회적 인식을 높였는지, 숱한 투쟁 속에서 분노하고 절망하면서도 희망을 되살리고, 결국에는 따뜻한 형제자매애에서 결연한 동지애로 연결될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때를 되돌아보면서 지금 어떤 생각을 가지고 내일을 꿈꾸고 있는지 기록으로 남기고자 했다"고 간행 취지를 말한다.
학민사. 672쪽. 3만9천800원.
▲ 영화광입니다만, 그림도 좋아합니다 = 김현정 지음.
'배우화가'로 불리는 저자의 정체성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예술 서적이다. 책의 제목처럼 영화광인 저자는 자신의 연기 경력과 종교적 체험, 수십 년간의 탐구를 바탕으로 영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다.
이와 함께 영화에서 확장된 공감과 상상의 선상에서 명화의 세계를 불러낸다. 저자가 50종의 영화와 50종의 예술로 안내하는 영화&명화 산책은 이질적인 두 예술 장르가 절묘하게 교집합을 이루며 새로운 감동을 선사해준다.
라의눈. 368쪽. 1만9천800원.
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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