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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청 "촛불혁명은 진행 중…찬스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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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원은 통일' 더는 호소력 없어…세계 변화상 반영해야"

'근대의 이중과제와 한반도식 나라만들기' 출간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대중운동은 실패한 사례가 많습니다. 다행히 한국의 민중 시민혁명인 촛불 혁명은 성공했습니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찬스가 생긴 것이죠. 이 찬스를 잘 살려야 합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23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창비 본사에서 열린 '근대의 이중과제와 한반도식 나라만들기' 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그는 당면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극복할 키워드로 촛불정신의 계승과 연속성을 꼽았다.

이중과제론은 백 교수가 1990년대 후반부터 천착해온 담론이다. 총체성, 진리, 계몽을 중시하는 근대론과 이 같은 근대적 요소를 거부하는 탈근대론을 비판적으로 계승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 사회는 압축성장을 통해 근대론적 부분과 탈근대론적 부분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에 참다운 변혁을 위해서는 "자본주의적 근대에 적응하면서도 이를 극복하려는 양면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자본주의 근대의 변증법적 극복을 주창해온 서구 진보사상을 이어받은 측면이 있지만, '물질 개벽에 상응하는 정신개벽'이라는 한반도 고유의 사상을 수용했다는 점에서 독창적인 측면 또한 존재한다.

그는 "자본주의 안에 던져져 있으니까 적응하고 살아야 한다. 하지만 적응만 해서는 온전히 적응되지 않는다. 또한 나쁜 시대니까 극복에만 치중하자고 해도 극복이 잘 안 된다. 적응한 다음에 극복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중과제라는 표현을 썼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창비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이와 함께 백 교수는 한국전쟁 이후 남북의 다른 체제가 '분단'을 재생산하면서 적대적 의존관계를 형성했다는 분단체제론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반도식 나라 만들기'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통일이 당위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더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구호가 호소력이 없을뿐더러 '1민족 1국가' 담론도 세계적으로 통용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다.

백 교수는 "전체 세계의 변화를 반영하면서 우리의 상황을 합쳐서 여기에 맞는 한반도식 나라 만들기를 해야 한다는 게 저의 입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남북이 점진적이고, 단계적이면서 창의적인 재통합 과정을 통해서 온전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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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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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교수는 양극화가 고조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자본주의 말기 현상이 두드러진 가운데 분단체제도 굳어지는 상황이라고 현재를 진단했다. 이에 따라 남·북 모두 견디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가고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한국은 빈부격차의 확대, 낮은 출산율, 높은 자살률과 노인빈곤율 등으로 곤란한 상황에 부닥쳤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촛불 시민들의 뜻을 받들 수 있는 "실력과 의지, 역사 인식을 지닌 제2기 촛불 정부가 나와야 한다"고 했다. 다만, '2기 촛불 정부'와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을 동일시하는 것은 정확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견해를 곁들였다.

한편, 백 교수는 이날 사망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몰라도 선인의 죽음이든, 악인의 죽음이든 죽음 앞에서 우리가 삼가는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평소에 품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생각을 지금 말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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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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