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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강제노역' 사도광산 세계유산 일본 후보로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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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심의회, 단독 후보로 검토 중…"연내 추천 결정 크게 기대"

일본 '강제노역 알리겠다' 군함도 등재 때 약속 안 지켜

연합뉴스

사도 광산 유적 중 하나인 도유(道遊)갱 내부의 모습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 노역 현장인 사도(佐渡) 광산을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 등록 후보로 추천할 가능성이 상당한 것으로 23일 파악됐다.

2015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와 비슷한 역사 왜곡이 벌어지지 않도록 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일본 문화청 관계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목표로 할 일본 후보로 니가타(新潟)현 '사도시마노킨잔'(佐渡島の金山·이하 '사도 광산'으로 표기)을 추천할지 문화심의회가 검토 중이라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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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번에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달성하기 위해 일본에서 검토 중인 대상은 사도 광산 뿐이다. 문화심의회는 사도 광산을 일본 후보로 추천하거나 아예 후보를 내지 않는 둘 중 하나의 결론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만약 사도 광산이 후보로 결정되면 일본 정부는 내년 2월 1일까지 유네스코에 정식으로 추천서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등재 여부는 유네스코 자문기관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이코모스, ICOMOS)의 심사와 권고를 거쳐 2023년에 정식 결정될 전망이다.

사도 광산은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재 목록에 등재됐다.

2015년부터 4차례에 걸쳐 일본 후보 선정을 노렸으나 경쟁자에 밀려 탈락했다.

이번에는 사도 광산이 단독으로 일본 후보를 노리는 상황이라서 성사 가능성이 크다고 니가타현 등은 관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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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광산의 채굴 현장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세계유산 등재 추진 업무를 담당하는 니가타현 관계자는 "이번에 (유네스코 세계유산 후보) 추천을 목표로 하는 다른 곳은 없다고 들었다"면서 "기대하고 있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최근 동향에서도 사도 광산이 일본 후보가 될 가능성이 커진 정황이 엿보인다.

문화심의회는 홋카이도(北海道) 등의 조몬(繩文)시대 유적을 일본 후보로 선정한 2019년 7월 사도 광산에 대해 "작년도에서 일정한 진척이 보인다"면서 조몬 유적에 이어 "유력한 추천 후보 안건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작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일본 후보 선정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

올해 6월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당시 문부과학상은 사도 광산 일대를 시찰한 후 에도시대에 금을 대규모 채굴한 수작업 기술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면서 "지역의 여러분이 정말 열심히 오늘날까지 힘낸 것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하나즈미 히데요(花角英世) 니가타현 지사는 이달 15일 스에마쓰 신스케(末松信介) 문부과학상을 찾아가 사도 광산이 세계유산에 등재될 수 있도록 협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이후 "추천이 올해 안에 결정될 것을 크게 기대하고 있는 것이 지금 상황"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사도 광산은 에도(江戶)시대에는 금광으로 유명했으나 태평양 전쟁이 본격화한 후에는 구리, 철, 아연 등 전쟁 물자를 확보하는 광산으로 주로 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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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광산 갱 내부 모습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일제는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기 위해 조선인 노무자를 사도 광산에 대거 동원했다.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발간한 자료에 의하면 "사도 광산은 전시 기간 중 최대 1천200여 명의 조선인을 강제 동원"했으나 실태는 거의 밝혀지지 않았다.

사도 광산의 조선인 노동자에 관해 연구한 히로세 데이조(廣瀨貞三) 일본 후쿠오카(福岡)대 명예교수는 "적어도 2천명 정도의 조선인이 동원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최근 밝혔다.

히로세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사도 광산의 조선인은 대부분 위험성이 높은 갱내 작업에 종사했으며 일본인이 갱내 작업에 종사한 비율은 낮았다.

하지만 일본이 사도 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 후보로 추천할 경우 이런 역사를 제대로 기재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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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16일 서울 용산구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증언을 담은 '피해자의 목소리를 기억하라, 강제동원의 역사를 전시하라'는 주제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니가타현과 사도시가 문화청에 제출한 추천서 요약본을 보면 대상 기간을 '센고쿠(戰國)시대(1467∼1590년) 말부터 에도시대(1603∼1867년)'로 한정해 일제 강점기를 제외하는 방식으로 돼 있다.

이들은 사도 광산에 대해 "16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중반까지의 전통적 수공업에 의한 금 광산 유적군"이라고 소개했다.

니가타현과 문화청은 연합뉴스의 질의에 '심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서 추천서 원본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반응했다.

일본 정부는 2015년 군함도 등 일제 강점기 조선인 징용 현장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할 때 강제 노역의 실태를 알리겠다고 약속했으나 이행하지 않고 있다.

사도 광산이 일본의 세계유산 후보로 선정될지는 아직 유동적이다.

그럼에도 군함도 세계 유산 등재 때처럼 역사 왜곡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려면 관계 당국이 적시 대응을 준비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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