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지킴이가 쓴 신간 '궁궐로 떠나는 문양여행'
자경전 꽃담 |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서울 도심의 궁궐을 돌아다니다 보면 곳곳에 다양한 상징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금세 깨닫게 된다. 담에도, 난간에도, 굴뚝에도 문양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선조들이 이러한 문양을 아무런 의도 없이 배치하지는 않았을 터다. 권위가 높은 임금이 살던 공간이었으니 아무래도 왕실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을 가능성이 크다.
신간 '궁궐로 떠나는 문양여행'은 문화유산 시민단체인 '한국의 재발견'에서 우리궁궐지킴이로 활동하며 20년 넘게 궁궐 해설 봉사를 한 문화재전문위원 이향우 씨가 다채로운 궁궐 문양을 설명한 책이다.
경복궁·창덕궁·창경궁·덕수궁·종묘를 각각 소개한 교양서를 펴냈던 저자는 이번 책에서 궁궐 조각상, 꽃담 문양에 얽힌 이야기를 상세히 풀어냈다. 사진과 그림을 풍부하게 싣고, 사료도 많이 인용해 '궁궐 문양 백과사전'으로 손색이 없다.
궁궐 문양은 식물, 동물, 사물, 글자 등으로 종류가 나뉜다. 그중에서도 식물이 흔한 편이다. 경복궁 자경전 꽃담에는 석류와 복숭아 문양 등이 있다. 석류는 다산, 복숭아는 무병장수를 뜻하는 식물이라고 한다. 또 창덕궁 수강재 뒤편에 있는 포도 문양도 다산을 의미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창덕궁 낙선재 석복헌 난간에 있는 호리병과 자경전 십장생 굴뚝의 박쥐는 복(福)을 바라며 넣은 문양이다.
저자는 "선인들은 적을 호리병에 가두거나 호리병 속에 숨긴 무기로 세상 악을 물리치고 마귀를 제압했다고 믿었다"며 "박쥐는 한자식 표기가 '편복'(蝙蝠)으로, 복(蝠) 자의 발음이 복(福)과 같아 한자 문화권에서는 복을 기원하는 문양으로 사용됐다"고 짚는다.
이어 불가사리는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상서로운 동물, 기린은 자비롭고 덕이 높은 동물, 나비는 즐거움과 행복을 상징하는 곤충으로 인식돼 문양으로 활용했다고 덧붙인다.
경복궁 근정전 월대(月臺·넓은 기단 형식의 대)에는 유독 동물 조각상이 많은데, 동물상 배치에는 별자리 개념이 투영됐다고 저자는 말한다.
월대 양쪽에 있는 해치 조각상에서는 한국인의 독특한 미적 감각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중국과 일본의 서수(瑞獸·상서로운 짐승) 조각은 살벌하고 사실적이지만, 근정전 월대 돌조각들은 대충 무서운 척하고 있다"며 "이빨을 다물고 있기는 하나, 보는 사람의 몸이 움츠러들 만큼 무서운 인상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인문산책. 320쪽. 1만7천 원.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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