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밤의 애도· 어차피 우린 죽고 이딴 거 다 의미 없겠지만
동농(東農) 김가진은 대한제국 대신 가운데 독립운동을 위해 망명까지 결행한 유일한 인물이다.
일흔넷에 국내에서 조선민족대동단을 결성했으며, 중국 상하이로 망명해 대한민국임시정부 고문, 김좌진 장군이 이끈 북로군정서 고문으로 일제에 맞서 싸웠다.
그러나 망명지에서 영양실조와 병고에 시달리다 1922년 7월 4일 숨졌다. 내년은 그의 서거 100주년이다.
내일신문 사장인 저자는 김가진을 유교 사회질서에서 태어나 스스로 노력으로 자신을 옭아맸던 굴레를 벗어던지고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은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한다.
1919년 고종의 서거 후 김가진은 유교적 세계관을 떨쳐버리고 일제 무단통치에 저항하기 위한 비밀 지하조직 조선민족대동단 총재가 되어, 죽는 순간까지 대동단을 이끌었다.
저자는 김가진과 대동단의 활동이 왕조로 되돌아가자는 복벽주의로 오해된 부분을 바로잡고, 대동단의 주요 사상인 '독립, 평화, 자유 및 사회주의'를 상세하게 설명한다.
석탑출판. 248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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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섯 밤의 애도 = 고선규 지음.
자살 사별 애도 상담 전문가인 저자가 자살 사별자 다섯 명과 함께 만든 애도 안내서다.
각각 남동생, 오빠, 여동생, 아버지, 언니를 잃은 이들은 저자와 함께 여섯 밤을 보내면서 고인이 떠난 날의 이야기, 장례식 날에 대한 회고, 타인에게 죽음을 어떻게 알릴지 등 40여 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저자에 따르면 대부분의 자살 사망 사건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서 일어난다. '그 일'은 가스 불 위에 찌개를 올려놓은 상태에서, 가족여행을 계획해두었던 주말에,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했던 어느 날에 갑작스럽게 발생한다.
자살 사별자들은 "고인의 죽음에는 자신이 이해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고통스러워했다"고 저자는 밝힌다.
사별자들은 갑작스럽게 분노가 치밀고 폭발할 것 같은 감정 상태가 되거나 공황 발작이 생길 것 같은 느낌, 숨 막힘, 어지러움 등 다양한 부작용을 경험한다.
저자는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위로하면서 그들의 피폐한 마음을 보듬는다.
한겨레출판. 298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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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차피 우린 죽고 이딴 거 다 의미 없겠지만 = 사치 코올 지음. 박원희 옮김.
1991년생 인도계 캐나다 여성 저널리스트인 저자의 첫 에세이. 인도계 이민 2세대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 가는 모습을 시니컬하고도 유머러스하게 담아냈다.
저자는 "비백인 비남성 작가들의 글을 더 많이 읽고" 싶다는 트윗을 올렸다는 이유로 사이버불링을 당하면서 성적·인종적 혐오 표현을 들어야 했던 경험담을 토로한다.
또한 남자가 몰래 약물을 탄 술을 마시고 성폭행당할 뻔한 일화를 들며, 여성이 술조차 마음대로 마시지 못하는 사회적 환경에 분개한다.
저자는 누구의 피부색이 더 옅은 갈색인가를 따지며 흰 피부색을 선망하는 인도의 세태를 주변인의 시선으로 살피는 한편, 자신 역시 흰 피부색을 선망해온 것은 아니었는지 되돌아본다.
문학과지성사. 281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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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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