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갈등의 중심' 김병준·김한길…윤석열·김종인 '다른 시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운데)와 권성동 신임 사무총장(오른쪽)이 18일 중진 의원들과의 오찬 회동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승환 기자]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인선 과정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총괄선대위원장에 유력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충돌한 접점에는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과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가 있다. 18일 정치권 유력 인사에 따르면 윤 후보가 김병준 전 위원장과 김한길 전 대표, 나경원 전 원내대표 등을 선대위에 합류시키려 하고 있으나 김종인 전 위원장은 '절대 안 된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갈등의 핵심은 김병준·김한길 두 거물 정치인을 바라보는 시각 차에 있다. 윤 후보는 이들을 '통합형' 인사로 여긴다. 김한길 전 대표는 민주당 출신 가운데 대표적 '비문' 인사로 꼽히는 데다 김 전 대표 합류 시 윤 후보로서는 호남 출신 민주당 인사들의 외연이 넓어진다. 김병준 전 위원장은 노무현정부 때 청와대 정책실장과 교육부총리를 지낸 중도 성향 학자 출신이다. 이들은 또 '반문(反文)'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하지만 김종인 전 위원장은 이들을 통합형 인사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올드보이'로 보는 인상이 강하다. 김 전 위원장은 이번 대선이 '미래'를 지향해야 하는데 오랜 정치인이 합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반문' 기치만 가지고는 승리할 수 없다고 보는 시각을 갖고 있다. 그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그냥 인물만 몇몇 데려다 위원장이라고 앉혀 놓으면 통합이 되느냐. 본질적인 것을 제대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통합무새론(통합만 외치는 앵무새)'이라고 평가절하하며 "국민들이 봤을 때 '반문'이면 다 들어오는 거냐는 인상을 받는 게 좋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윤 후보는 정권교체는 물론 집권 이후까지 고려하면 중진·원로급 정치인을 모두 한데 끌어모아야 한다는 인식이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는 이날 취재진에게도 "모든 당원과 당 관계자, 당 밖에서 셀 수 없이 많은 분들이 선거를 도와주고 여기에 참여하지 않겠나. 소수만 하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이날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출마했던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과 면담하기도 했다.

윤 후보가 김한길 전 대표와 김병준 전 위원장 인선을 밀어붙이는 데는 윤 후보 측에서 김종인 전 위원장의 '상왕' 역할에 대한 견제가 작용한 것이란 해석도 있다. 한편 윤 후보는 전날 김종인 전 위원장에게 총괄-상임-공동선대위원장과 6개 분야별 총괄선대본부를 두고, 국민통합(화합혁신)·미래비전·약자와의동행 등 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하는 구성안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병준 전 위원장은 상임선대위원장이나 미래비전위원장, 김한길 전 대표는 국민통합위원장 하마평이 돌았다. 그러나 김종인 전 위원장은 취재진에게 윤 후보와의 만남 자체를 부인했고, 이르면 이날로 관측됐던 구성안 발표도 다음주로 미뤄졌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종인 전 위원장의 생각이 가미돼 (구성안의) 틀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면서 '김 전 위원장이 실질적인 전권을 원하는 것이냐'는 진행자의 말에 "그렇다"고 했다. 또 "결국은 김 전 위원장의 의중이 조금 더 많이 반영되는 형태로 타협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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