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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오토바이에 男 2명 타면 총쏜다" 미얀마 황당 탑승규정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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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5월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오토바이를 탄 시민들이 쿠데타 세력에 대항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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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로 미얀마를 장악한 군사정권이 한 오토바이에 남성이 2명 함께 타지 못하게 하는 등 새 오토바이 탑승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는 현지매체 보도가 나왔다. 반군부 세력이 오토바이를 이용해 폭발물을 투척하는 등 공격을 막기 위해서다.

17일 이라와디·미얀마나우 등 현지매체는 미얀마 군부가 최대 도시 양곤을 비롯해 사가잉·타닌따리·만달레이 내 일부 지역에 새로운 오토바이 탑승 규정을 내려보냈다고 주민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나라에선 자동차 외 오토바이도 승객을 태워 택시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새 규정에 따르면 ▶남성 2명은 한 오토바이 동승이 불가하고 ▶남녀가 한 오토바이에 탈 경우 남성이 운전해야 한다. 다만 한 오토바이에 남성 2명이 동승하더라도 노령자일 경우 제외된다. 군부는 이 규정을 위반하면 지난 16일부터 오토바이를 합수할 수 있고, 18일부터는 위반 시 체포하거나 총을 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지난 15일 타닌따리 지역 내 다웨이구에선 남성 두 명이 오토바이 한 대를 같이 타고 가다가 정지 명령을 받은 뒤 '경고' 차원에서 군인 6명에게 두들겨 맞았다는 주민 증언이 나왔다. 인근 지역에선 남성 두 명이 한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중 적발돼 과태료 부과를 받았지만, 돈이 없어 구금당하는 사건도 발생했다고 한다.

군부의 이같은 조치는 민간인 무장세력인 시민방위군(PDF)이 오토바이를 이용해 군경 및 군정 관련 시설에 폭탄을 던지고 달아나는 '게릴라 공격'을 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PDF는 지난달 25일 만달레이 지역 메익틸라구에서 군경 순찰대에 오토바이를 타고 폭탄을 던지는 방식으로 공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사고로 경찰 2명이 숨지고 수명이 부상했다.

이같은 조치에 '오토바이 택시'를 중심으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 택시운전사는 이번 조치로 생계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일을 계속해 먹고 살 수 있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주민은 "군과 경찰은 2명이건 3명이건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오토바이를 타면서 시민들에게만 이런 규정을 적용하는 건 불공정하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타닌따리 지역 경찰 등은 "오토바이 탑승자 제한 지시는 없다"고 해당 내용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현지언론은 전했다. 또 군정이 오토바이 탑승 제한조치를 내림에 따라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하는 서민들의 불편이 가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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