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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세계 속 한류

NFT 사업 청사진 내놓는 엔터계···BTS 팬덤이 '불매'로 응답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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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하이브 "지식재산권과 대체 불가토큰의 결합" 계획 발표 후 반발직면
웹툰·웹소설·게임으로 BTS 콘텐츠 확장···SM·JYP·YG도 구상 중
"아직은 낯선 개념, 기획사와 팬덤 간 괴리···신뢰 바탕으로 추진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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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가 지난 4일 기업설명회에서 발표한 방탄소년단(BTS) 오리지널 콘텐츠 이미지.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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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최근 화두는 대체불가토큰(NFT, Non-fungible token)이다. NFT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만남은 당연한 귀결처럼 보인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콘텐츠를 ‘대체 불가능한’ 원본으로 소유하는 일은 팬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메타버스와 접목하면 실물 상품 없이도 산업 확장 가능성이 크다. K팝 산업이 ‘미래지향적’이라며 택한 경로이다.

가깝게는 하이브가 지난 4일 블록체인 업체 두나무와 함께 사업설명회를 열고 관련 구상을 밝혔다. SM엔터테인먼트는 17일 데뷔 1년을 맞은 신인 걸그룹 에스파(aespa)의 메타버스 세계관을 그 중심에 세웠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최대주주인 박진영 대표가 두나무에 지분을 매각했다. YG엔터테인먼트에서는 자회사 YG플러스가 NFT에 뛰어들었다.

K팝 업계가 미래 먹거리에 대한 장밋빛 구상을 내놓은 것처럼 보였지만, 하이브는 사업계획을 발표한 뒤 팬들의 비판에 휩싸였다. BTS의 가치를 훼손하고 아티스트를 상업화한다는 것이다. ‘하이브 불매’ ‘보이콧 하이브’ 등 해시태그 운동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휩쓸었다.

■하이브 “아티스트 IP와 NFT 결합하겠다”

하이브는 두나무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아티스트의 지식재산권(IP)과 NFT를 결합하기로 했다. 아티스트의 콘텐츠와 그를 소재로 한 상품을 대체 불가능한 디지털 자산으로 만들어 팬들에게 팔고, 또 팬들끼리 서로 거래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이브 측은 이렇게 해서 팬들에게 희소성 있는 상품을 소유하는 경험을 제공하고 아티스트의 IP 가치도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예로 든 것은 ‘포토카드’다. 현재는 실물 앨범을 구매하면 들어 있는 아티스트의 사진인 포토카드를 고유성이 있는 디지털 자산으로 만들고, 팬 커뮤니티 서비스 ‘위버스’ 같은 공간에서 수집·교환·전시를 가능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것을 “보다 안전한 방법으로 소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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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의 방시혁 의장과 송치형 두나무 의장이 지난 4일 기업설명회에서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신사업 구상을 설명하고 있다. 하이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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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웹소설·게임 콘텐츠로의 확장도 말했다. ‘원 소스 멀티 유즈’ 개념이다. 아티스트가 음악과 춤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이야기’로도 팬들을 만난다는 것이다. BTS 멤버들을 호랑이 사냥꾼으로 등장시킨 <7 페이츠: 착호>가 한 예다. 방탄소년단이 기획에 참여한 신작 게임도 나올 예정이다.

하이브 외에 가시적인 전략이 발표된 곳은 SM엔터테인먼트다. 이는 에스파로 상당 부분 설명된다. 메타버스 세계관에서 각 멤버들의 아바타인 ae-멤버들을 창조해 8인조 그룹을 표방하고 있다. NFT가 물리적 실체가 있는 세계보다 메타버스에서 더 확장성이 큰 개념이라는 걸 고려하면 NFT 사업 확장을 위한 밑설계라고 볼 수 있다. SM도 오리지널 콘텐츠에 방점을 찍고 있다. 지난 6월 열린 ‘SM 콩그레스 2021’에서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SM 콘텐츠’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팬들이 창작에 함께 참여하는 ‘SM 콘텐츠 창작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메타버스 시사회나 증강현실(AR) 콘텐츠에 관한 계획도 나왔다. SM 세계관인 SM컬처유니버스(SMCU)는 그 밑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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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의 첫 정규앨범 타이틀곡 ‘새비지(Savage)’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에스파 멤버 양옆으로 각 멤버의 아바타인 ae-에스파가 서 있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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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왼쪽)와 에스파. SM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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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 “아티스트 상품화 치중” 비판…“아직 시장 초기, 신뢰 구축 필요”

대세에 뛰어든 하이브는 왜 팬들의 지탄을 받았을까. 요지는 BTS가 표방하는 가치와 하이브의 사업 방향이 충돌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NFT에 얽힌 탄소 배출 문제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4월 보도에 하나의 NFT를 만들어내는 데 평균 200㎏의 탄소가 발생한다는 한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디지털화의 여러 파급효과들을 연구하는 해외 플랫폼 디지코노미스트(Digiconomist)는 NFT의 기술 기반인 이더리움의 단일 거래 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7㎏이라고 추정했다. BTS는 지난 9월 유엔 연설에서 기후위기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는데, 팬들은 소속사가 이를 고려하지 않고 BTS의 가치를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웹툰과 웹소설 발표 계획은 아티스트를 지나치게 상품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소속사가 상업논리에만 빠져 있다는 게 팬들의 지적이다. 팬들은 대신 ‘무대를 원한다’고 촉구하면서 아티스트의 앨범을 제외한 상품을 불매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NFT와 메타버스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보지만 팬들의 반발을 예의주시한다는 입장이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당장 구체적인 사업을 발표할 계획이 없고, 팬들이 NFT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더 조사한 후 일을 진행시킨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에 투자할 때 팬들과의 교감이 있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부분이 세심하지 못해 오해를 산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본다”고 했다. 또 “아직 시장이 초기이고 구축 단계인 만큼 팬들의 시각을 당연히 수렴해야 한다”며 “기획사와 팬덤 간 괴리 때문에 노이즈가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NFT 개념이 팬들에게 낯선 데다 아티스트를 기획사는 ‘상품’으로, 팬들은 ‘아티스트’ 그 자체로 보는 관점 차이가 작용했다고 봤다. 아티스트를 지나치게 상업화하는 게 아니냐는 팬들의 의구심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김 평론가는 “기업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NFT든 메타버스든 팬들과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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