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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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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적 상황” 코로나 백신 4024만명 맞았는데, 중환자가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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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휴일인 지난 1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송파구보건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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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단계적 일상완화(위드 코로나)를 시행한 지 2주 만에 위중증 환자 숫자가 522명으로 치솟으면서 국내 의료 대응 역량이 한계에 치닫고 있다. 정부나 의료계는 위드 코로나 시행으로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숫자가 늘어날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중환자 숫자가 이렇게 빠르게 증가할 것은 예상치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 현장에서는 “재앙적 상황”이라며 지금 당장이라도 일상완화를 중단하는 비상계획(서킷 브레이커)을 발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기준과 코로나19 위험도 평가 기준을 발표할 예정이다.

◇ 수도권 중환자 병상 가동률 사흘째 75%↑

17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18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날 2124명에서 하루 만에 1063명 급증한 것이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에서만 2545명(서울 1432, 경기956, 인천157)이 확진됐다.

확진자 폭증으로 전날 오후 5시 기준 서울의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80%를 뛰어넘은 80.6%를 기록했다. 경기는 72.6%, 인천은 79.7%를 기록했다. 서울의 중환자 병상은 현재 345개 가운데 67개 남은 상태다. 수도권 중환자 병상은 정부가 비상계획 발동 기준의 예시로 들었던 ‘75% 기준’을 사흘 연속 웃돌았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기본접종을 마친 후 맞는 추가접종(부스터샷) 간격을 60대 이상은 4개월로, 50대는 5개월로 단축하는 내용을 발표하고 “수도권만 놓고 보면 (의료체계가) 하루하루 버텨내기도 벅찬 수준이다”라고 했다.

정부는 일상회복에 따른 방역 완화로 확진자 숫자가 늘어날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중환자 숫자가 이렇게 빠르게 증가할 것은 예상치 못했다고 한다. 감염력이 강한 델타변이 유행으로 백신의 예방 효과가 떨어져 확산을 막을 수 없더라도, 백신을 맞은 코로나19 환자가 위중증으로 악화되는 ‘치명률’ 방지 효과는 90% 수준을 보였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고려해 전국민 접종완료율이 70%를 넘어서는 이달 초 단계적 일상완화를 도입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에서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은 4024만3219명(78.34%)으로 백신접종완료율은 80%를 목전에 두고 있다.

◇ “백신 효과 예상보다 빨리 떨어져... 너무 빨리 풀었다”

정부의 ‘일상회복지원위원회’ 방역의료분과 위원이었던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중환자 숫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에 대해 “예상보다 빠르다”며 “(올해 초에 예방백신을 접종했던) 요양병원⋅시설 입소자와 종사자의 백신 예방효과가 (예상보다 빨리) 감소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부스터샷 접종이 (확진자⋅중환자 숫자를 줄이는) 효과를 내려면 적어도 3주가 걸린다”며 “앞으로 3주 동안 중환자 병상 늘리기는 물론, 병상의 효율적인 운영, 중환자 숫자 줄이기 전부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스터샷 접종을 예약하고 실제 접종하는 데 걸리는 1주일, 접종 후 항체가 형성되는데 1주일, 감소 효과가 나타나는 데 1주일이 걸리는데, 그동안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확진자와 유행규모를 이번 주 데이터까지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18~19일의 수치가 매우 중요하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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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 통계로 잡히는 위중증 환자가 520명을 넘었다는 것은 중증도 환자까지 합치면 약 1000명이 넘었다는 것”이라며 “이 정도 수준이면 현장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볼 의료 인력이 다 찼다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접종완료율이 충분히 오르기 전에) 초반에 방역을 너무 많이 완화한 데 따른 역효과가 국민에게 돌아온다”며 “재앙적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정부가 전날 수도권 22개 상급종합병원장을 긴급소집해 병상확보를 독려한 것과 관련해 “이런 상황에서는 병상확보도 큰 의미가 없다”며 “(정부가 병원에 병상 확보를 재촉하는 것은) 쌀이 없는데, 밥 지으라고 야단을 치는 꼴이다”라고 했다. 그는 “병원장들 사이에서는 ‘이래도 되는 것이냐’는 말이 나온다”고도 했다.

정부가 부스터샷 접종 기간을 6개월에서 최단 4개월로 단축하는 것에 대해 정기석 교수는 “큰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도 “50세 이하 연령층의 경우 접종 간격을 4개월로 좁히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부스터샷 접종 간격을 4개월로 줄인 국가는 아직 없다.

김명지 기자(maeng@chosunbiz.com);최정석 기자(standard@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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