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수감 생활 끝에 풀려나 미국행 성사
리처드슨 前 주유엔 미 대사-군부 물밑 협상
미얀마 군부에 체포된 후 법원에서 '징역 11년'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았다가 풀려난 미국 언론인 대니 펜스터(앞줄 왼쪽)가 15일 빌 리처드슨(오른쪽)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와 함께 카타르 도하 하마드 국제공항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도하=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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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를 비판하는 기사를 쓴 '괘씸죄'로 현지에서 체포돼 6개월간 수감 생활을 해 온 미국 언론인 대니 펜스터가 15일 전격 석방됐다. 지난 12일 미얀마 법원에서 징역 11년형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은 지 사흘 만이다. 특히 최대 종신형까지도 가능한 테러 혐의 추가 재판 판결을 하루 앞두고, 미국과 미얀마 군부의 물밑 협상 끝에 고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됐다는 점에서 '극적 생환'이라는 평가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는 이날 "인도적 배려로 대니 펜스터를 사면한다"고 밝혔다. 펜스터는 이날 밤 양곤 공항을 출발해 카타르를 거쳐 미국으로 향했다. 카타르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나는 이유 없이 체포돼 있었지만 건강한 상태"라며 "굶주리거나 구타를 당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프런티어미얀마' 편집장인 펜스터는 올해 2월 쿠데타를 벌인 미얀마 군부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해 왔다. 지난 5월 양곤 공항에서 체포된 그는 12일 출입국관리법 위반, 군부에 대한 불만 조장 등 혐의로 징역 11년을 선고받았다. 16일에도 군부가 테러, 선동 혐의로 추가 기소한 사건의 판결이 예정돼 있었는데, 최대 종신형 선고도 가능한 죄목이라 위기감이 컸다.
펜스터가 '자유'를 되찾게 된 데에는 빌 러처드슨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의 공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2일 미얀마를 방문한 그는 군부 최고지도자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과 면담하며 펜스터 석방 협상을 해 왔다. 리처드슨 전 대사는 과거에도 독재 국가에 억류된 미국인의 석방 교섭 임무를 맡은 바 있다.
미얀마에 억류돼 있던 미국 언론인 대니 펜스터가 15일 카타르 수도 도하의 하마드 국제공항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도하=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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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물밑 협상의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일각에선 펜스터의 석방과 미얀마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지원 등이 논의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미얀마 군부는 "다른 나라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인도주의적 결정에 따른 것"이라며 "어떤 대가도 논의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일본의 지원 사격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 군부는 페이스북에 "(리처드슨의 인도주의적 요청 이외에도) 사사카와 요헤이 일본재단 이사장, 와타나베 히데오 일본미얀마협회 회장의 요청이 있었다"고 특별히 언급했다. 미얀마에 폭넓은 인맥이 있는 사사카와 회장은 지난 5월 군부에 억류된 일본 언론인 기타즈미 유키 석방에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흘라잉 최고사령관과 13일 면담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펜스터의 석방을 환영한다”며 “미얀마에서 부당하게 수감된 다른 이들의 석방도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얀마에는 50여 명의 현지 언론인이 군부 비판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구금돼 있는 상태다.
김지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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