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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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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침입하고 수첩 뜯어… 사망한 공군 하사 집 찾아간 성추행 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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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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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고(故) 이예람 중사가 상사의 성추행을 견디다 사망한 사건이 논란됐을 당시 군 당국이 또 다른 성추행 사망사건을 은폐·축소하려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1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이 중사와 같은 연차의 초급 부사관 A하사가 지난 5월11일 사망했다”며 “유서가 발견되지 않고 주변인들 진술에 따라 업무 과중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나왔는데, 나중에 A하사의 상관인 준위 출신 감독관이 성추행 한 것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임 소장은 “(감독관이) 동의를 받지 않고 신체적인 접촉을 두 차례 했다. 당사자(A하사)가 하지 말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피해자 유가족에게 빨리 통지를 해야 됨에도 불구하고 (군 당국은) 유가족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감독관은 A하사가 사망한 당시 A하사의 집을 찾아가 물건을 뒤지고 현장을 훼손했다고 한다. 그는 관리실에서 보조열쇠를 받지 못하자 주임원사를 호출해 A하사 집 창문을 뜯고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임 소장은 “8시에 출근인데 (A하사가 출근을 하지 않자 감독관이) 8시30분부터 계속 20통 이상의 전화를 했다. 보통은 경찰에 신고하는 게 우선순위인데 피해자 집으로 갔다”며 “들어가서 물건을 뒤지고 현장을 훼손해 놨다. 그래서 당시에는 주거침입과 증거인멸에 대한 부분으로 기소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군이 수사를 하다 보니 8월3일에 성추행 사건이 드러나서 입건을 했다. 입건한 날 유족들에게 통지를 해 줘야 하는데 숨겼다”며 “고 이 중사 사건으로 시끄러울 시기라 A하사 일이 국민들에게 그대로 알려지면 비난받을까 봐 겁이 났던 것이다. 군의 상부구조를 지키기 위해 피해 사건을 유가족과 국민에게 은폐한 것”이라고 했다.

더욱이 군 당국이 해당 감독관을 입건하기 전 A하사의 아버지는 지난 6월 이미 군 검찰과 군사 경찰에 수사를 요청해둔 상황이었지만, 감독관의 입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임 소장은 “딸 집에 주거 침입을 하고 수첩을 뒤지고 뜯긴 흔적도 있었다”며 “여러 가지 소지품들을 다 만졌기 때문에 아버님이 뭔가 이상하다고 판단하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아버님이 업무상 위력에 대한 간음 피해를 의심해 6월에 수사 요청을 했다. 8월에 입건 결과가 나왔으면 알려드리는 게 정상”이라며 “입건을 알리지 않았다는 게 은폐·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감독관은 수사 과정에서 성추행 사실과 A하사가 “얼굴 만지는 것 싫다”고 분명한 거부의사를 표명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추가 여죄에 대한 가능성도 남아 있는 상황이라는 게 임 소장의 주장이다.

임 소장은 “거짓말 탐지기 반응에서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졌냐’는 질문에 부인했는데 거짓 반응이 나왔다. 추가 여죄가 있을 개연성이 높다”며 “또 피해자하고 나눈 카카오톡 대화를 다 지워버렸다. 평상시에 28살이나 차이가 나는 여군한테 이것저것 챙겨준다는 미명하에 찾아온 것도 굉장히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8살 차이 자체가 사실상 엄청난 하늘과 땅 차이고, 업무상 보면 여기는 준위 계급. 아버지뻘”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변명을 해도 재판부에 설득이 안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난 5월11일 공군 제8전투비행단 소속 여군 A하사가 자신의 영외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군사경찰은 6월10일 ‘스트레스성 자살’로 종결했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A하사 상급자인 이모 준위의 주거침입 혐의가 드러나 지난 7월 기소됐고, 이후 군 검찰은 지난 8월3일 이 준위를 ‘군인 등 강제추행’ 혐의로 돌연 입건해 지난달 14일 뒤늦게 기소했다.

[김자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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