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셴코 "유럽 돕는데도 제재…신중히 생각하라"
"주권·독립 지키기 위해 대응할 것…반격 준비돼 있어"
러시아 지지 여부 관건…푸틴-메르켈 이틀째 논의
알렉산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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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벨라루스가 폴란드 국경으로 중동 난민들을 내몰면서 유럽연합(EU)과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EU가 추가 제재에 나설 경우 가스 운송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알렉산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이날 내각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우리는 유럽의 새로운 제재에 강력하게 반격할 준비가 돼 있다”며 “벨라루스-폴란드 국경의 난민 사태와 관련해 EU가 추가 제재를 가할 경우 벨라루스를 통해 유럽으로 가는 가스 및 물품의 운송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벨라루스는 EU로부터 중동 출신 난민 2000여명을 폴란드 국경으로 내몰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벨라루스가 국영 여행사를 통해 자국 내 난민들에게 EU행 ‘망명 패키지’를 판매하고 있다는 외신보도가 나오면서 의혹이 불거졌다.
난민들은 현재 벨라루스-폴란드 국경 인근에 텐트를 설치하고 폴란드로 월경을 시도하고 있다. 폴란드는 자국으로 난민들이 유입하지 못하도록 진압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난민과 폴란드 국경수비대 간 충돌이 발생해 난민 8명이 숨졌다.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폴란드는 벨라루스가 자국을 겨냥한 EU 제재에 보복하기 위해 난민들의 유럽행을 의도적으로 부추기고 방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EU는 지난 6월 루카셴코 대통령이 반(反)체제 인사를 체포하기 위해 자국 영공을 지나던 여객기를 강제 착륙시키자 이를 맹비난하며 벨라루스에 경제 제재를 가했다.
이와 관련,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우리는 가스 공급을 통해 유럽을 도와주고 있는데도 그들은 국경을 폐쇄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면서 “가스를 끊으면 어떨 것 같은가, 그러니 나는 폴란드, 리투아니아 및 기타 생각없는 사람들에게 말하기 전에 생각할 것을 권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자주와 독립을 지키기 위해 어떤 일도 멈춰선 안된다.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는 (EU의) 제재에 맞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이 벨라루스를 지나가는데, 중간에서 가스 공급을 차단하겠다고 위협한 것이다. FT는 양측 간 갈등이 유럽 내 가스 가격이 폭등하는 가운데 심화하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FT에 따르면 EU가 소비하는 가스의 40%가 러시아에서 생산되며, 2020년 기준 이 중 20% 가량이 벨로루시를 경유했다. 만약 루카셴코 대통령의 경고대로 벨라루스가 가스 공급을 줄이거나 중단할 경우 유럽 내 가스 가격은 더욱 치솟을 전망이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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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와 나토는 벨라루스의 ‘난민 내몰기’를 ‘하이브리드 위협’으로 규정하고 추가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위협은 군사력 사용을 자제하고 공격 주체의 노출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공격 의도를 숨기면서 타격을 가하는 전략을 뜻한다.
시장에선 루카셴코 대통령의 위협이 통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컨설팅업체 에너지 애스펙츠의 제임스 워델은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고 평했다.
핵심은 러시아가 벨라루스를 지원하는지 여부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벨라루스의 동맹국인 러시아는 그동안 EU가 이민자들을 받아들이지 않아 인도주의적 재앙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해 왔다.
또 러시아는 지난 이틀 동안 핵무기 장착이 가능한 폭격기를 벨라루스 상공에 보냈으며, 러시아 외무장관은 유럽 국가들에 “스스로 위험한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국방부 장관들은 공동 성명을 내고 벨라루스-폴란드 국경 상황이 “유럽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고 있다. 군사 영역으로까지 번질 수 있는 도발이며 매우 심각한 사건”이라고 위험성을 환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와 전화통화를 갖고 “문제 해결을 위한 EU 국가들과 벨라루스의 접촉 재개를 지지한다”며 “조속한 해결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집행위원장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이번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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