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후보는 지난 10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대장동 의혹 관련 검찰 수사를 지켜보되 미진한 점이 있거나 의문이 남는다면 특검이든, 어떤 형태로든 철저한 진상규명을 하겠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대출 관련 부실 수사 의혹과 곽상도 전 의원의 50억원 뇌물 수수 의혹 등도 함께 수사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깔면서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도 “검찰 수사가 미진해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면 여야 협의를 통해 특검법 협상을 하겠다”고 말했다. ‘특검은 수사 지연용’이며 특검 도입에 반대하던 종전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태도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새로운 특검법을 만들 것이 아니라 상설특검법을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새 특검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시간이 무한정 지체될 가능성이 커서다.
하지만 상설특검법을 활용한다고 해도 시간이 빠듯하다. 여야 합의 등을 통해 특검 수사가 결정되면 국회의장은 특검후보추천위를 구성하고, 대통령은 바로 추천위에 2명의 특검 후보자 추천을 의뢰해야 한다. 추천위는 5일 이내에 법조 경력 15년 이상의 변호사 2명을 추려 추천해야 하고, 대통령은 그로부터 3일 이내에 그중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한다. 이후 수사 착수까지 20일의 준비 기간이 주어진다. 본 수사 기간은 60일이며 대통령의 승인을 받으면 1회에 한해 30일을 연장할 수 있다.
즉각 추천위가 구성되고 모든 법정 기간을 다 채운다면 수사 종결까지 걸리는 시간은 총 118일. 국회가 11일 당장 특검 도입을 의결하고 특검 추천 및 임명, 수사 준비와 수사 마무리까지 법정 기간대로 지체 없이 이뤄진다고 가정해도 대선일 당일인 2022년 3월 9일에야 수사를 마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통상의 경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곤 했다. 2014년 상설특검법 제정 이후 이 법에 따라 출범한 유일한 특검이었던 세월호 특검의 경우 지난해 12월 10일 본회의 의결 뒤 추천위 구성(지난 4월 14일)까지만 4개월 이상 소요됐다. 사실상 부여된 수사 기간을 다 채울 경우 대선일 이전까지 특검팀 수사가 종료되긴 어렵다는 의미다. 이날까지 특검과 관련한 여야 간 실무 논의도 전무한 상황이다.
하물며 대장동 사건을 위한 새 특검법을 만들어 진행한다면 특검 도입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여야 간 공방이 길어져 수사 착수까지 걸리는 시간이 훨씬 늘어날 가능성이 커서다.
특히 특검 도입 결정이 내년 1월 12일 이후로 이뤄질 경우엔 차기 대통령이 취임하는 내년 5월 10일까지 수사를 종결하기가 어려워진다. 취임 이후엔 범죄 사실이 밝혀진다고 해도 기소가 불가능해진다. 현직 대통령에게는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 불소추 특권이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여야 간 특검 논의가 장기화하면 대선 국면과 맞물려 특검 자체가 무용론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민주당이 ‘쌍특검’을 제안한다면 받겠다. 대신 고발 사주 의혹 특검 추천권은 여당이 갖더라도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특검 추천권은 야당에 넘겨야 한다”고 밝히면서 공을 다시 여당 쪽으로 넘겼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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