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등 원자재값 급등과 세계적인 공급망 혼란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에 국내 증시가 좀처럼 상승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중국 의존도가 높고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원자재값 상승과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인한 비용 상승이 기업 실적에 미치는 부담이 미국·유럽 등과 비교해 크다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올해 미국 증시가 20% 넘게 상승하는 동안 코스피는 1.8% 상승하는 데 그치는 등 해외 증시와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심화되면서 동학개미들도 매도 행렬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5.25포인트(0.18%) 하락한 2924.92에 마감했다. 최근 7거래일간 1.4% 하락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지부진한 박스피 장세에 그동안 코스피를 떠받쳐 오던 개인투자자들도 매도에 나서고 있다. 이달 들어 11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에서 2877억원을 순매도했다. 1950억원어치를 팔아 치운 외국인보다 매도 규모가 더 크다.
개인투자자들이 월간 기준 순매도를 기록한 건 지난해 11월(2조7835억원) 이후 처음이다.
동학개미운동의 주역이었던 개인투자자들이 1년 만에 매도세로 돌아선 건 가파른 물가 상승과 다가오는 긴축 장세에 대한 경계심 때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 산업 구조는 대외 의존도가 높아 물가 상승 압력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자산 매입 축소(테이퍼링)를 현실화하면서 '돈줄 죄기'에 나선 것도 국내 증시에 부담이다.
미국 증시와 디커플링 현상에 서학개미로 전향하기 위해 자금을 빼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올해 코스피는 약 1.8% 상승에 그쳤지만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각각 23.4%, 20.6% 상승했다. 9일 기준 고객 예탁금도 65조4578억원으로 지난 5월(77조9018억원) 대비 16% 줄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예탁원을 통한 외화 주식 결제 금액은 620억2000만달러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최근 가상화폐 시장도 대장인 비트코인이 상승세를 보이며 훈풍이 불자 "코인 투자가 주식보다 낫다"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들리는 게 현실이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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