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 반민주당 정서 심각해
이낙연 탈락 후 지지자 간 갈등도
대장동 의혹 해결 안된 것 도 영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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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게도 ‘호남’은 쉽지 않은 지역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서 역대 대선 때마다 민주당 후보에게 90% 이상의 득표율을 몰아줘온 호남이지만 이번 대선 본선 초반만큼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흐르면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이 후보와 민주당을 전국에서 가장 높게 지지하고 있는 곳이지만, 최근 미묘한 하락세가 감지된다. 이번만큼은 ‘묻지마 투표’ 현상이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3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실망과 이 후보에 대한 비판 여론 등이 호남에서도 적지않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TBS가 민주당 대선 경선 직전인 지난달 8~9일 전국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양자대결에서 이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59.0%, 윤 후보는 12.3를 기록했다.
하지만 같은 기관의 최근 조사인 11월 5~6일 조사결과를 보면 이 후보는 56.3%를 기록한 반면 윤 후보는 21.6%로 나타났다. 이 후보는 한 달 동안 하락했지만 윤 후보는 국민의힘의 ‘불모지’인 호남에서 10%포인트 가까이 오른 것이다. 윤 후보가 ‘전두환씨 옹호 발언’을 했음에도 호남의 윤 후보 지지는 상승했다.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도 이 같은 추세는 비슷하게 나타났다. 같은 기관의 9월24~25일 조사 결과 민주당은 호남에서 53.4%의 지지를 얻었고, 국민의힘은 12.9%에 머물렀다. 이후 민주당은 이 후보가 경선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직후인 10월14~15일 조사에서 오히려 48.6%로 하락했고 국민의힘은 30.6%로 반등했다. 11월5~6일 조사 결과에서 민주당이 51.7%, 국민의힘이 14.0%로 다시 차이가 벌어졌지만 한 달여 전에 비해 양당의 지지율 격차는 줄었다.
통상 당 대선 후보가 선출되면 5~7%포인트 가량 지지율이 오른다는 컨벤션 효과가 반대로 나타나는 이른바 ‘역벤션’ 효과가 호남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앞서 호남이 역대 대선 때마다 민주당에 보냈던 지지와는 다르다는 평가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됐던 15·16대 대선 당시 호남은 각각 90%가 넘는 몰표를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패배했던 18대 대선에서도 호남은 광주가 91.97%, 전남이 89.28%의 높은 득표율을 민주당에 보냈다. 문 대통령과 안철수 후보가 나선 19대 대선 때에만 문 대통령이 광주에서 61.14%, 전남에서 59.87%를 득표하며 안 후보와 표를 나눠가졌다. 문 대통령과 안 후보의 득표율을 합하면 90%가 넘었다.
호남의 미묘한 기류는 20·30대를 중심으로 한 반민주당 정서와 이 후보에 대한 비판 여론이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공정’의 가치가 부각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정책 실패와 내로남불 사례들이 계속되며 예전보다 싸늘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등 이 후보를 둘러싼 구설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호남 출신인 이낙연 전 대표의 경선 탈락 이후 지지자들 간의 갈등 상황이 불거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가 나온다. 당 안팎에서 “이번 만큼은 호남의 묻지마식 몰표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호남 지역구의 한 민주당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이번 정부에 대한 실망과 함께 이 후보에 대해 아직은 불안한 부분을 느끼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며 “하지만 대선 본선이 진행될수록 국민의힘과는 차별화된 이 후보의 정책과 능력이 알려지고 마지막엔 호남이 현명한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오는 12일부터 시작하는 ‘전국 민생탐방 투어’를 통해 이달 중에 다시 호남을 직접 찾아가 지지를 호소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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