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이 해동과정 중에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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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등장으로 국산 백신⋅치료제 연구개발(R&D) 지원에 나섰던 정부가 난감해졌다. 화이자 치료제가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을 끝낼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으면서, 국내 제약사가 개발하는 치료제와 백신에 대한 기대가 꺾이고 있기 때문이다.
◇ 4차 백신 치료제 공모 사업 6개월째 연기
10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4차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개발 임상 지원 공모 사업에 백신 부문 10개 과제, 치료제 부문에 4개 과제가 접수됐지만, 최종 지원 사업 선정이 늦춰지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개발 지원’ 사업은 정부가 국내 제약사의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개발 임상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항체치료제 ‘렉키로나’를 개발한 셀트리온(068270)과 백신을 개발하는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제넥신(095700)⋅유바이오로직스(206650) 등이 선정돼 임상비 일부를 지원 받았다.
이 사업은 정부가 올해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임상지원(R&D) 예산으로 배정한 2294억원(백신 1667억원, 치료제 627억원)에 따른 것이다. 이번에 진행하는 4차 공모는 지난 6월 시작했으나, 지원자가 없어 10월까지 접수를 연장하면서 추진된 것이다. 이달까지 지원자를 선정하지 않으면 사업은 6개월째 표류하게 된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국산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개발집중지원협의체’를 만들어 임상 3상에 진입한 국산 치료제 3개에 대한 정책적 지원에 나섰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간 기업에 정부 예산을 지원하는 문제는 별개다.
현재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국산 코로나19 치료제는 종근당 ‘나파벨탄’, 대웅제약 ‘호이스타’, 신풍제약 ‘피라맥스정’ 등 3품목이다. 당해 예산은 그 해에 모두 쓰는 게 원칙이지만, 단순 예산 소진을 목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낮은 사업에 국민 세금을 쏟아부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 화이자 치료제, 기대 이상 효과에 안전성까지
정부가 고심하는 것은 화이자 치료제의 효과가 기대 이상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국산 치료제 개발은 올해 초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서 시들해졌다. 머크(MSD)의 ‘먹는 치료제(몰누피라비르)’ 개발 소식이 알려지면서 치료제는 물론 백신 개발을 포기하는 제약사도 속출했다.
그러나 10월 MSD 치료제의 가격(한 세트 80만원)과 임상 결과(입원 사망률 50%↓)가 공개되면서 다시 업계는 들썩였다. MSD치료제의 효과가 ‘게임 체인저’라고 부르기에는 극적이지 않았고,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 결정적인 약점인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런데 이달 초 입원⋅사망률을 89%까지 떨어뜨리는 화이자 치료제(팍스로비드)가 등장하면서 그 기대가 다시 완전히 꺾였다. 화이자 치료제는 MSD 치료제와 비교해 효과도 우수하고, 안전성에도 합격점을 줄 정도의 평가를 받았다.
의약계에서는 팍스로비드의 기전이 공개되자 ‘영리한 화이자’라는 반응이 나왔다. 설대우 중앙대 약학대 교수는 “화이자의 먹는 치료제는 2가지 성분으로 이루어진 복합체”라며 “이 중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복제를 억제하는 성분이 실질적인 치료 효과를 낸다”고 했다.
설 교수에 따르면 바이러스는 단백질 분해 효소와 결합해 복제(쪼개지)되면서 증식하는데, 이 성분은 이 효소가 만들어지는 것 자체를 억제하는 것이다.
설 교수는 “이 성분은 바이러스가 가진 단백질 분해효소에만 작동하기 때문에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낮다”고 했다. 설 교수는 “함께 사용된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치료제 성분인 ‘리토나비르’는 치료 효과를 내는 성분이 우리 몸에서 일정한 농도를 유지하도록 돕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라며 “에이즈 치료와 무관하다”고 했다.
설 교수는 “이런 작동기전을 보면 화이자가 얼마나 영리한 줄 알 수 있다”며 “국내 제약사도 화이자 정도의 효과에 가격을 10만원 이상 낮춘 치료제를 개발해내면 승산이 있겠지만, 수천억원이 드는 임상비용 등을 고려한 도전의 기로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명지 기자(mae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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