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자영업자 손실보상에 50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50조원은 올해 1,2차 추가경정예산을 모두 합친 규모의 액수다. 소상공인과 전문가들은 규모 자체에 대해선 환영하면서도 피해를 보상하는 방식이 더 구체적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윤 후보가 지난 8일 언론 인터뷰에서 말한 ‘50조원 자영업자 손실보상’은 영업시간·인원수, 지역과 업종뿐 아니라 매출 규모 등 다방면을 고려해 피해를 등급화한 뒤 최대 5000만원의 지원금을 차등 지급한다는 게 골자다. 구체적으로 50조원 중 43조원은 재정지원, 나머지 7조원은 금융지원(대출지원 및 세제혜택)으로 나뉜다. 43조는 집합금지업종 종사자 20만명에게 5000만원(총 10조원), 영업제한업종 86만명에게 3000만원(25조8000억원), 경영위기업종 72만명에게 1000만원(7조2000억원) 등으로 차등 지급한다. 피해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선 ‘피해지수’를 별도로 도입할 계획이다. 예산 집행은 취임 후 100일 이내가 목표이며 재원은 지출구조 조정과 추경으로 마련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100일 안에 50조원 재원 마련을 위한 지출 구조조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수차례 추경을 편성한 현 정부에서도 지출 구조 조정은 쉽지 않았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새 정부 출범 후 지출 구조조정을 하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간 현 정부도 추경 때마다 지출 구조 조정을 언급했지만 실상은 거의 안했고 90% 이상은 국채를 발행해 조달했다”고 밝혔다. 구조 조정을 하더라도 50조원 중 절반은 국채 발행을 통한 추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세행정개혁TF 단장을 지낸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50조원 전부를 구조조정으로 마련하긴 어려울 수 있다”며 “SOC 분야 등 기존 재정 지원 대상이 구조 조정으로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될 때 사회적 갈등이 생길 우려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원 마련을 위한 국채 발행에 대해선 “OECD 평균에 비해 국가채무 비율이 적기 때문에 아직까진 재정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 측이 언급한 ‘피해 지수’가 얼마나 정교할지도 관건이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재정 정책연구실장은 “개별 업종의 상황을 디테일하게 반영해서 출범 100일 안에 맞춰 보상금을 주려면 지금부터라도 피해 지수를 어떻게 산정할지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의 손실보상 지급 방식을 두고도 논란이 큰 상황이라 이를 보완하는 피해 산정 방식이 필요하다. 정부는 2019년도와 비교해 손실보상 적용 기간 하루 평균 손실액에 방역조치를 이행한 날수를 곱한 뒤‘보정률 80%’를 적용해 손실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때 평균 손실액은 영업이익률과 인건비 비중을 더한 것을 곱해 산출하는데 이 과정에서 현금 매출 비중이 높고 간이 과세자가 많았던 소상공인의 경우 보상금이 너무 적게 산정되는 부작용이 생겼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케이스별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 보상금 산정방식이 예상 손실 보상액에 못미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건 없어 후보 공약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보상금 지급 기준이 되는 피해 산정 기한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피해액을 따질 때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수도권 헬스장, 노래방 등 일부 다중이용시설은 지난 1월 집합금지 업종에서 해제되면서 지난해에 비해 올해 손실이 다소 줄었다. 피해를 2021년분에 한정하면 윤 후보 측이 밝힌 최대 5000만원(총 10조원) 대상이 되는 집합금지 업종은 유흥업소에 한정돼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7일부터 9월 30일분 경영 손실에 대해 정부가 지원한 손실보상금 신속보상 대상 61만5000명 중 대부분은 집합금지가 아닌 영업시간 제한업종으로 알려졌다.
최 실장은 “50조원 중 윤 후보 측이 언급하지 않은 특수고용, 프리랜서 등에 대한 지원이나 자영업자 고정비 지원 등이 다각도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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