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와 B씨는 가상의 인물이다. 현실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이지만, 앞으로 B 씨가 신고할 경우 A 씨의 행위는 '스토킹'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크다. 추심행위가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뤄진다면 지난달 시행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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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채권추심 방식도 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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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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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경찰에 따르면 불법 채권추심 등 채권·채무 관계에서 발생하는 불안감·공포심 유발행위 역시 스토킹처벌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B씨와 같은 신고를 받으면 경찰은 채권자를 상대로 100m이내 접근금지, 문자메시지 발송 금지 등 '긴급 응급조치'를 취하고 검찰을 통해 법원에 사후 승인을 청구할 수 있다. 또 행위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면 접근금지, 구치소 수감 등 '잠정조치'를 할 수도 있다.
긴급조치를 따르지 않으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잠정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최관호 서울특별시경찰청장도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 채권추심도 스토킹처벌법의 대상"이라며 "지속적이고 반복적이면 처벌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도 그런 부분을 인식해서 앞으로는 정당한 절차나 법적 방법으로 추심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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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추심법과 중복…광범위하다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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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사진=유정수 디자이너 |
채권자의 악의적인 행위 등을 막고자 한 것이지만 채권자와 채무자 개인 간의 갈등에 공권력이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 수 있다 . 또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채권추심법)과 중복 문제도 제기된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채권추심법에 보면 채권자가 오후 9시부터 오전 8시까지 채무자나 관계인을 방문함으로써 불안감을 유발한다거나 공포심을 일으켜 사생활 또는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 등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반면 스토킹처벌법은 추상적으로 전제가 돼 있어 애매한 부분이 많다"고 했다.
여성청소년과에 근무하는 한 일선 경찰 관계자도 "스토킹처벌법은 굉장히 광범위한 범죄라 모든 범죄에 병합 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채권추심법과 스토킹처벌법 둘 다 저촉돼 다른 수사 부서에서 수사를 진행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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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스토킹?'…신고는 4배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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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스토킹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애매하다는 지적도 있다. 스토킹처벌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지속 반복적으로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유발하는 행위를 스토킹으로 보는데, 가령 지속·반복이라면 2번인지 3번인지 등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장에선 연인 관계뿐 아니라 다양한 관계에서 스토킹 사례가 접수되고 있다. 지난달 21일엔 대전에서 층간 소음 문제로 윗집에 항의한 50대 남성이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입건됐다. 이 남성은 위층에서 시끄러운 발소리가 난다는 이유로 고무망치로 천장을 수차례 치고, 위층에 올라가서 현관문을 여러 차례 두드렸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지난 3일 강원 춘천에선 해고 통보를 받은 배달원이 업주에게 반발하며 욕설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20여 차례 보냈다가 공포감과 불안감을 유발했다는 이유로 입건됐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판단을 일선 경찰에게 맡기는 것으로 될 게 아니고 적용기준이나 지침 등 혼란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경범죄로 분류됐던 이전과 달리 형량 등이 늘어난 만큼 판단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승 연구위원은 "스토킹처벌법이 개인의 사생활 분쟁을 해결하는 만능의 잣대가 되어선 안 된다"며 "연인관계라는 목적조항을 다는 등 본질적인 의미에서 스토킹처벌법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flow@mt.co.kr, 조성준 기자 develop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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