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방위군·소수민족 반군 ‘소탕 작전’
2017년 로힝야족 ‘인종 청소 작전’과 유사
유엔 사무차장 “미얀마인 유엔 접근 보장해야”
미얀마 주민들이 9일 미얀마 최북부 카친주의 한 찻집 밖에서 무장한 남성들의 무차별 총격으로 다친 사람을 돌보고 있다. 미얀마나우 화면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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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에서 발발한 내전으로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한 인구가 300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미얀마 군부가 북서부 친주에서 소수민족 반군 소탕 작전에 돌입해 2017년 로힝야족 학살 사태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권담당 사무차장은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비공개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미얀마 군부가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300만명이 넘는 미얀마인들에 대한 유엔의 접근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성명을 제출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미얀마 내 폭력 사태가 심화되는 것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임스 카리우키 유엔 주재 영국대표부 차석대사는 “북서부 친주의 군사행동 강화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는 4년 전 라카인주에서 자행된 로힝야족 학살 사태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미얀마 군부가 지난 2월1일 새벽 쿠데타를 단행하고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을 구금하자 전국 곳곳에 저항 시위가 일어났다. 그러나 군부가 시위대를 무차별 사살하면서 시위는 군부와 반군의 내전으로 변해갔다. 수지 고문이 이끌던 집권 여당이던 민주주의민족동맹(NLD)도 시민방위군을 조직하면서 내전이 전국적으로 확산했다.
미얀마 군부는 시민방위군과 소수민족 반군을 상대로 소탕 작전을 벌이고 있다. 군부 2인자인 소 윈 장군은 지난 2일 전국의 군 지휘관들에게 “시민방위군과 소수민족 반군을 모두 찾아내 섬멸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주로 기독교를 믿는 소수민족 친족들이 사는 북서부 친주에서 피해가 극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부는 NLD 집권 시기인 2017년에도 북서부 라카인주에서 주로 이슬람교를 믿는 소수민족 로힝야족을 상대로 인종 청소 작전을 벌인 바 있다. 방화, 학살, 강간 등 심각한 인권 유린을 피해 로힝야족 70만명이 이웃국가 방글라데시로 떠났다.
그리피스 사무차장은 “친주와 마궤, 사가잉 지역에서 시민방위군과 미얀마 군부의 적대 행위가 고조되고 있다”면서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3만7000명이 실향민이 됐고 포격과 방화로 160채 이상의 집이 불에 탔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쿠데타 이후 군부의 학살로 집을 잃은 사람만 전국에 22만3000명에 달한다. 그는 “양곤과 만달레이를 포함한 도시 지역과 그 주변에서도 식량 불안정이 커지고 있다”면서 “유엔이 167만명에게 식량과 현금 등을 제공하려 했지만, 인도주의적 접근이 가로막혀 여전히 제약받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매체 미얀마나우는 9일 미얀마 최북단 카친주의 한 찻집에서 무장한 남성들이 무차별 총격을 가해서 어린이 2명과 승려 1명 등 6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지역 주민들은 지난달 29일 군부의 한 정보원이 반군 세력에게 총을 맞고 살해당하자 친군부 세력이 보복으로 마을 주민들을 무차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지난 5일 미얀마 국내외 521개 단체를 대표해 성명을 내고 군부가 공격을 강화하기 전에 유엔이 폭력 종식을 위해 개입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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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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