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작위한 '로터리작업'에 트렉터 사용…무작정 입고 기다림
운행실적에 따른 급여지급 업계인 버스·택배 '강타'…"대안 필요"
요소수 공급 부족이 지속되고 있는 7일 오전 서울의 한 대형마트의 요소수 진열장이 텅 비어 있다. 2021.11.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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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뉴스1) 유재규 기자 = "트렉터에 요소수가 조금 남아있는 듯한데…불안해서 '로터리작업'을 내년에 해야겠네."
원료의 98%를 중국 수입에 의존하다가 최근 중국의 수출제한으로 극심한 '요소수'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경기 파주시 문산읍 장산2리에 거주하는 A씨(80대)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농작지에 모를 내고 김을 맨 끝에 추수까지, 올해도 무탈한 '한 해 농사'를 마쳤다.
이제는 30년 가까이 된 트렉터가 수확기에 든든한 친구라며 트렉터를 열심히 닦고 관리하는데 논농사의 마무리 작업인 '로터리작업'(내년 경작을 위해 땅을 갈아엎는 일)을 이달에 할 수 없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내가 언제까지 (농사를)할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힘이 있을 때, 그리고 더 추워지기 전에 로터리작업을 하려 했는데 올해는 그럴 수 없을 거 같다"며 "요소수를 충전하려고 하는데 주유소니, 수리센터니 가는 곳마다 없다 하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행히 가을걷이(추수)가 끝난 이후라 큰 상관은 없지만 땅도 숨쉬는 거라 매년 했던 작업을 제때하지 않으면 얘들(땅)도 적응을 못할거다"라며 아쉬워 했다.
파주지역에 위치한 한 농기계 수리센터 관계자도 "요소수를 한도없이 구입해 가라고 하고 싶어도 요소수 자체가 없다"고 설명했다.
수리센터 B씨는 "10ℓ 용량의 요소수를 한 번 충전하면 트렉터마다 다르겠지만 그래도 마력이 큰 만큼 2~3일 이내 다시 충전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수요가 많다"면서 "하지만 요소수를 공급해주는 곳도 현재 '물량이 없다'고 했고 우리 가게 역시, 무작정 기다리고 있는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농가의 많은 분들이 답답해 하시면서 실제로 내년 봄경작을 할 수 있을지 우려도 하신다"며 "비록 올해 추수가 끝나고 로터리작업도 대부분 내년 봄에 하시기 때문에 당장에 트렉터를 돌리지 않는다 하시지만 많은 양의 요소수를 지금 확보해둬야 농가에 제때 보급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제 확보된다는 기약도 없지만 정부가 내달 약 2만ℓ를 공수한다고 하는데 턱없이 부족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1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설치된 요소수 자동주입기가 요소수 부족으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News1 신웅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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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수 대란'으로 생계자체가 휘청거릴 수 있는 경우도 있다.
택배나 배달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명의로 된 화물차를 이끌기 때문에 당장에 차를 운영하지 못하면 생계를 이어갈 수 없다.
1t 화물차량으로 배달업에 종사하는 C씨(60대)는 경기지역에 거주하지만 주요 배달지역은 서울이다.
C씨는 경기지역을 포함해 서울 금천구, 중구, 종로구, 동대문구 등 운전으로 하루 평균 주행거리만 200km가 되는데 지난 9월 요소수를 한번 충전하고 여유분으로 2개(총 20L)를 확보해 당장은 운행에 차질이 없다.
그는 "하루하루 아침마다 운전석 계기판에 요소수 충전관련, 경고등이 뜰까 노심초사 한다"며 "만약 차량을 운행하지 못하면 용달을 불러야 하는데 하루 섭외하는데 비용만 10만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뾰족한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나도 주유소 곳곳을 다니면서 '요소수 있냐'고 묻는 것도 지겹다"고 했다.
한진택배 경기지부 기흥지회에 있는 택배운송업자도 회사소유 차량으로 운행하는 것이 아닌, 지입차량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사정은 마찬가지다.
택배운송업자 D씨는 "1t트럭은 개인 것이라 만약 운행을 할 수 없다면 그 달의 급여는 지급되지 않는다"며 "1t트럭 기준으로 요소수 10ℓ가 들어가는 데 운행거리와 개인마다 운전습관이 다르다는 걸 감안하면 3~6개월 정도가 다시 요소수를 충전해야 할 시기다"라고 전했다.
또 "하지만 '요소수 대란'을 당연히 예상하지 못했듯이 내 차를 포함한 해당 지회 내 1t트럭 차량 150여대가 당장 이번주에 멈출 판"이라며 "코로나19 시기에 택배물량이 많은데 요소수 부족으로 운행을 못하면 어쩔 도리가 없는게 현실이다"라고 토로했다.
버스운수 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기도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 E씨는 "현재 보유한 차량 1만2800여대 가운데 요소수 부족으로 운행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버스 대수는 3600여대로 파악됐다"며 "3600여대 버스를 담당하는 운전자들은 운행을 못하면 당연히 급여가 지급되지 않기 때문에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시내버스 기준으로 10ℓ를 한 번에 충전하면 평균 500km 주행하기 때문에 2~3일 이내 제때 충전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전기차가 있다고 하지만 현재 1만2800여대 중 600여대에 불과하다. 또 전기차를 도입하기 위해 마련돼야 할 기반시설도 부족하고 전기차 가격도 비싸다"고 설명했다.
요소수 품귀 현상이 계속되면서 물류업계가 타격을 받으며 택배업계까지 영향이 끼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 News1 이재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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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에서 시작돼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친 '요소수 대란'은 중국이 호주와의 무역분쟁으로 지난해 10월 석탄수입을 금지당하면서 비롯됐다.
석탄을 원료로 하는 요소생산이 줄어든 반면, 겨울을 앞두고 석탄·요소 수요는 늘어나면서 지난달 15일 요소에 대해 수출화물표지(CIQ) 의무화 제도를 시행해 사실상 요소 수출을 제한했다.
정부는 전날(7일) 호주에서의 요소수 수입 물량 2만ℓ에 이어 이날 7000ℓ를 추가, 총 2만7000ℓ를 수입한다. 이와 함께 베트남에서도 다음주께 차량용 요소 200t도 도입할 것을 확정했다.
정부는 또한 이날부터 요소·요소수 매점매석을 금지하는 고시를 시행, 국내 유통시장 교란행위를 차단한다고 발표했다.
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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