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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차기 대선 경쟁

[view] 이재명·윤석열, 첫 0선들의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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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재명(左), 윤석열(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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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20대 대통령 선거는 전례 없는 ‘0선’ 후보 간 대결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모두 국회의원 경험이 없다. 둘 다 중앙정치 무대에서 변변한 직함조차 가진 적이 없다. 이재명 후보는 후보 수락 연설에서 스스로를 “국회의원 경력 한 번 없는 변방의 아웃사이더”라고 했고, 윤석열 후보는 “정치 신인인 저를 대통령 후보로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1, 2당의 대선후보가 국회 경험이 전무한 인물로 채워진 건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이다. 민주화 이후 7명의 대통령은 모두 국회의원 경험이 있었고, 이 중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을 제외한 5명은 당 대표를 맡기도 했다. 이번 대선처럼 1, 2위를 다투는 유력 후보들이 모두 중앙정치 경험이 없었던 적은 없었다.

그런 만큼 이번 여야 대선 경선의 결과는 ‘여의도’로 대표되는 기성 정치가 유권자들에게 비토당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여야는 각각 ‘정권 재창출’과 ‘정권 교체’를 말하고 있지만 상당수 유권자는 ‘정치 교체’를 원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 6월 11일 치러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다선 의원 경쟁자들을 제치고 ‘0선’의 30대 이준석 대표가 제1 야당의 대표로 선출된 것은 이번 대선 경선의 예고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재명·윤석열 후보는 ‘스트롱맨’이라는 공통점도 지녔다. 두 사람 모두 강인한 추진력을 갖춘 대통령의 탄생을 원하는 각 진영 내 핵심 지지층의 성원에 힘입어 본선에 진출했다. 끝이 안 보이는 코로나19 사태, 치솟은 부동산 가격, 양질의 일자리 부족, 세계 최악의 저출산 등 내치 문제가 쌓여가고 있고, 갈수록 치열해지는 미·중 경쟁과 해결 기미가 없는 북핵 개발 등 외치마저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 모두 ‘돌파형 리더십’을 선택한 것이다. “쌓이고 쌓인 허무와 분노가 스트롱맨 후보를 불러냈다”(장훈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코로나 시국 나라 안팎으로 비상…여야 모두 돌파형 리더십 선택”

하지만 ‘돌파형 리더십’을 내세우는 두 후보에 대한 불안감이 만만찮다. 정치적 캐릭터는 ‘스트롱맨’이지만 과거 많은 대통령과 달리 두 사람의 진영 내 지분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에서 지금은 ‘이재명계’와 ‘윤석열계’가 다수가 됐지만 정치 이념이나 철학, 공통의 경험에 기초한 연대라기보다는 높은 지지율에 따른 결과로 급조된 성격이 강하다. 이재명·윤석열 후보 모두 각자의 진영 내에서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두 사람 모두 강한 팬덤을 누리는 동시에 안티가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재명 후보는 당내 경선 과정에서 형성된 이낙연 전 대표 측과의 갈등을, 윤석열 후보는 홍준표 의원 지지층이 갖고 있는 반감을 말끔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전체 유권자의 관점에서 봤을 때도 “역대급 비호감의 대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두 후보 모두 비호감도가 높다. 미래의 주역인 2030세대에게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다는 점이나, 후보 본인과 가족·측근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크다는 점도 두 후보의 유사점이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대선을 치르는 여야 후보에게 가장 필요한 건 문제 해결 역량이다. 지난 5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내년 대선에서 중요하게 고려할 점을 묻자 ‘능력과 경험’(25%), ‘정책 공약’(25%)을 꼽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도덕성’(17%)과 ‘소속 정당’(6%)은 오히려 뒷전이었다.

윤성이(전 한국정치학회장) 경희대 정외과 교수는 “여야가 경선 과정에서 어떤 미래, 어떤 사회를 만들겠다는 경쟁 없이 과거를 놓고 싸우다 보니 대선후보도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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