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르포르 주한프랑스 대사가 1일 서울 중구 충정로 프랑스 대사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상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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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을 칸 영화제에서 먼저 알아봤다는 것(2019년 황금종려상)에 프랑스인들은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방탄소년단(BTS)이 2019년 프랑스 대규모 공연장에서 두 차례 콘서트 했을 땐 16만명이 운집했죠.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저도 전편(9부작)을 몰아서 본 걸요. 대중문화에서 출발한 한류가 앞으로 고전 문학, 그 밖의 예술과 미술 분야로도 확대될 거라 확신합니다."
지난 1일 만난 필립 르포르(65) 주한 프랑스 대사의 말이다. 전문 외교관으로서 미국·러시아·일본 등에서 근무한 그는 2015년부터 유럽연합(EU) 외교부 정보체계국 국장을 지내다 지난 2019년 9월 주한대사로 부임했다. 최근 프랑스의 '넷 제로'(탄소 순 배출량 0) 전략을 알아보려 만났을 때 그는 이렇게 한류에 대한 친밀감부터 털어놨다.
그에 따르면 ‘오징어게임’은 프랑스 외교관들 사이에서도 화제라고 한다. 그는 "최근 프랑스 외교관들이 모두 접속할 수 있는 네트워크에 오징어게임에 관한 글을 올렸는데, 해당 글이 가장 많이 읽혔을 정도"라고 말했다.
르포르 대사는 "프랑스 고속철도 떼제베(TGV)에 비빔밥 메뉴가 있고, 한국어를 배우려는 프랑스인 수도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한국으로 여행하고 싶어하는 프랑스인들도 많다"면서 "한국이 타국을 모방하지 않고 본연의 모습을 보여준 게 한류의 성공 요인"이라고 짚었다. 한때 중등교육공무원 문학 교사를 지냈던 그는 "한국의 현대 문학이 대단히 흥미롭다"고 평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이번 인터뷰는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10억 유로(약 1조3700억원) 규모의 원전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추진됐다.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도 '탈(脫) 석탄' 이후 대안에너지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룬다. 이런 측면에서 프랑스의 '에너지 믹스' 전략은 흥미롭다. 르포르 대사는 "프랑스가 탄소 배출을 적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에너지원 가운데 원전 비중(현재 75%) 덕분"이라며 "'넷 제로'를 위해서라도 2050년까지 50%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한 원전 비중을 더 줄이지 않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왜 50대 50일까. 르포르 대사는 프랑스의 에너지 믹스 비율을 결정하는 과정에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쪽에선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있었고, 다른 쪽에선 그에 대한 사회적 불만과 반대도 있었는데 이를 타협해서 나온 결정"이라면서다. 국가 차원에서 경제성·기술력 고민도 있었다. 르포르 대사는 "2050년까지의 전력 공급에 대한 6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한 결과 원전 50% 시나리오가 경제성 면에서도 우수하고 에너지 전환 과도기에 적합한 수준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필립 르포르 주한프랑스 대사가 1일 서울 중구 충정로 프랑스 대사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상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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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탈리아 로마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에서는 "양국이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인식, 인도태평양 전략 등을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프랑스는 한국이 프랑스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시행하는 데 좋은 협력국이고 한국이 이 지역에서 대단히 중요한 위치와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협력 분야로는 "해양 분야가 우선 과제에 포함돼 있다"고 공개했다.
"탈탄소 등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양국이 신기술 분야의 전략적 협력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프랑스는 원자력·고속철도·우주항공 분야에서 한국의 산업·기술적 발전에 참여했죠. 이젠 에너지 분야에선 수소, 탈탄소화된 교통, 차세대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물리학 등이 가져올 중대한 변화에서 협력하길 바랍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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