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발전과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간담회를 앞두고 증시 활황을 의미하는 황소 동상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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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원을 둘러싼 당·정 갈등이 변곡점을 맞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측이 4일 추가 재난지원금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해 집행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하면서다.
이 후보 선대위의 정책본부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의 이번 본예산 탑재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밝혔다. 내년도 예산안 국회 처리시한(12월 2일)이 28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본예산 정면돌파’를 선언한 것이다. 이 후보 역시 이날 내년도 예산안에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반영하는 방안에 대해 “그게 제일 낫다”고 밝히면서 정면돌파론에 힘을 실었다.
앞서 이 후보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구상을 처음 밝혔던 지난달 29일엔 “이번 정기국회에서 최대한 (예산) 확보를 해보고, 또 다음 추경도 신속하게 하는 방법까지 감안해 가능한 방법을 찾겠다”며 예산 편성 시점에 여지를 뒀다. 하지만 이 후보 측이 정기국회 본예산 탑재 의지를 나타내면서, “당장 재정 여력이 없다”(김부겸 국무총리)며 난색을 보인 정부 측과 충돌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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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조 재원 마련은 어떻게? “방식은 열려 있다”
이 후보가 밝힌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규모는 1인당 30만~50만원 수준이다. 올해 10월 기준 국내 주민등록인구 5166만명에게 다 지급한다면, 단순 계산으로 약 15조5000~25조8000억원이 필요하다. 지난해 전 국민에게 가구당 40만~100만원씩 지급한 1차 재난지원금의 경우 총 14조3000억원이 소요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발전과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병욱 민주당 의원, 이 후보, 이소영 민주당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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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후보는 “국채 발행을 더 하자는 것이 아니라 초과 세수로 하되 필요하면 다른 사업도 일부 조정하자는 것”이라며 초과 세수를 활용한 재원 조달에 무게를 싣고 있다. 우원식 공동선대위원장도 이날 TBS 라디오에서 “연말까지 가보면 16조∼17조원 정도의 추가 세수가 생기는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정도면 지방교부금 40%를 내보낸다고 하더라도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충분히 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재정 당국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당에서 거론하는 것과 달리, 초과 세수의 확실한 숫자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거래 증가세가 상당히 둔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류세가 전격 인하된 점도 세입이 감소하는 변수로 거론된다.
이와 관련 이 지사 선대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재원 조달 방식을 말할 정도로 실무 검토가 무르익은 단계는 아니다. 재원 조달 방식은 열려 있다고 보는 게 맞다”며 여지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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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지도부는 정중동…의원총회에서도 발언 없어
이 후보가 난제를 던진 상황에서, 정부와 야당을 직접 대면해야 하는 당 지도부는 고심하는 모습이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오늘 정책의총에서 도시개발법과 공공이익환수법 등 불로소득 환수 법안에 대해 논의를 시작한다”고 이재명표 부동산 입법 시동을 선포했지만,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해 언급은 하지 않았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왼쪽)와 윤호중 원내대표(오른쪽)가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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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대표 역시 전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방송 토론에서 “지금은 이재명 정부가 아니지 않나”라고 진화를 시도하면서 “홍남기 부총리와 상의하고 후보의 뜻도 존중하면서 지혜를 모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송 대표는 재난지원금에 있어 매우 신중한 입장”이라면서 “당내에서 지난번에 국민의 88%에만 지급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분명히 있는 만큼 차차 논의를 굴려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재난지원금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의원총회 직후 신현영 원내대변인은 “이런 것(재난지원금)에 대해 앞으로 깊게 고민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었다”고 전했지만,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의총 막판 한 재선 의원이 “재난지원금이 많이 다뤄지지 않아 아쉽다”고 발언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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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진화에 나선 靑…초과 세수 규모가 관건
당이 뾰족한 해법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 후보와 정부 간 엇박자가 부각되는 건 여권 전체로도 부담이다. 자칫 단순한 당정 간 이견 표출을 넘어 정권 말 '신·구 권력' 사이 파워게임 양상으로 비칠 수 있어서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추가 재난지원금 관련해 3일 "여력이 없다"며 반대 입장을 폈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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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류를 반영한 듯 청와대가 갈등 진화에 나서는 모습도 포착됐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MBC에 출연해 “총리가 (재난지원금 관련) 원천적인 반대를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총리의 발언은 10조원 정도 되는 추가 세수를 갖고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는 말씀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박 수석은 이어 “이 문제에 대해 청와대의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당·정 협의와 국회 협의로 접점이 찾아질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달 중순 발표 예정인 ‘재정 동향’에서 공개되는 세수 진도율 수치가 중요하다는 전망도 여권 일각에선 나온다. 기재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9월 말 자료까지 나오면 연말 초과 세수가 얼마나 될지 손에 잡히는 수치를 거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이재명 후보의 ‘정책 트레이드 마크’인 만큼 초과 세수 규모와 무관하게 이 논의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중요한 건 이 후보가 재난지원금 논의를 시작하면서, 이 후보만의 색깔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라며 “재정 당국의 반발을 뚫고 성과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통해 국민들의 더 큰 지지를 모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현석·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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